'파업 불참자에 대한 경조사를 일절 거부할 것' 노조 파업
2009년 12월 16일 코레일은 철도노조 용산차량기지 간부를 징계위원회에 회부했다. 다른 조합원 10명도 인사 조치했다. 이유가 충격적이다. 이른바 ‘왕따’다. 직장 내 따돌림으로 일컬어지는 왕따 행위는 인권을 침해하는 사회 문제다. 노동계는 왕따 사건이 발생하면 규탄대회를 열고, 집단행동을 불사한다. 그런 노조가 왕따로 회사의 징계를 받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 왕따 사건은 그해 11월 26일부터 시작된 철도노조의 파업 때 일어났다. 당시 역대 최장기 전면파업 기록을 세웠다. 코레일에 따르면 노조는 파업에 불참하는 노조원을 대상으로 조직적인 왕따 분위기를 조성했다. 심지어 “‘각 지부는 파업 불참자에 대한 경조사를 일절 거부하라’는 문자메시지 지시를 내리기도 했다”며 그 내용을 공개하기도 했다. 인륜지대사조차 노조의 투쟁 수단으로 전락한 꼴이다. 코레일 관계자는 “패륜 아니냐”고 흥분했었다. 왕따나 집단따돌림이 사회문제로 부각되면서 범죄의 한 유형으로 받아들여진 지 오래다. 회사에서 이런 일이 발생하면 경영진에 대한 책임도 묻는다. 하지만 노조에 의한 왕따와 같은 심리적 린치는 회사 안팎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인데도 대책이 미비한,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파업불참자 경조사 거부”…인륜마저 파업 수단, 왕따 도구로 당시 허준영 코레일 사장은 “노조가 파업 불참자나 복귀자의 경조사에는 가지 말라고 선동하는 비열한 ‘왕따 문화’를 근절하겠다”는 내용의 서신을 직원들에게 보낼 정도로 심각했다. 허 사장은 “노조의 이런 문화는 조폭 깡패집단 문화”라고 비판했었다. 노조 측은 “그런 메시지를 보낸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 사건은 노조의 투쟁 불참자 왕따 문화를 여실히 보여준 상징적 사건으로 회자했다. 왕따 문화는 파업이 벌어질 때마다 수시로 불거지곤 했다. 2016년 10월 파업 때도 재연됐다. 당시 언론에는 철도노조 조합원의 카카오톡 내용이 공개됐다. ‘파업 미참가자들에게는 선배라는 존칭을 없애자. 개XX들에게 무슨 존칭을…’ ‘업무 대화 외엔 말도 섞지 말고 밥도 먹지 맙시다’는 식이다. 복귀한 조합원은 언론에 “노조 간부가 폭언은 물론 인사를 해도 받지 않고 눈도 안 마주친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코레일 관계자는"매번 파업 때마다 경조사 조직적 불참, 동호회 가입 제한, 식사 같이 안 하기와 같은 직원 간 갈등이 되풀이되고 있다”며 “이런 분위기가 쟁의행위가 발생하면 개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집단행동에 나설 수밖에 없는 배경 중 하나”로 분석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