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유진 | 복지국가청년네트워크 대표 윤석열 정부의 연금개혁안 일부가 발표되면서 연일 논란이 뜨겁다.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정부는 보험료 인상을 세대별로 달리 하는 것을 염두에 두고 있는 듯하다. 2030세대는 매년 0.5%씩, 4050세대는 1%씩 인상하
양대노총·참여연대 등의 단체가 참여해 소득보장을 주장하는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 등이 지난 5월22일 오전 국회 본청 계단에서 “시민 공론화를 통해 다수 시민은 더 내고 더 받는 국민연금을 선택했고, 대다수의 시민은 국가책임 강화를 선택했다”고 주장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윤석열 정부의 연금개혁안 일부가 발표되면서 연일 논란이 뜨겁다.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정부는 보험료 인상을 세대별로 달리 하는 것을 염두에 두고 있는 듯하다. 2030세대는 매년 0.5%씩, 4050세대는 1%씩 인상하여 인상 속도에 차등을 두겠다는 것이다. 국민연금을 둘러싸고 세대 간 형평에 대한 문제 제기가 이어지자 이를 타개할 방안으로 세대 간 차등 보험료 인상을 제시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는 세대 간 형평을 달성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계층 간 재분배까지 악화시키는 안이라 할 수 있다.
먼저 청년을 ‘한 세대’로 묶는 것부터 문제다. 같은 세대 안에서도 구성원 간 이질성이 크다는 점에서 세대별 차등 보험료 적용은 부적절하다. 2030세대이더라도 인상된 보험료를 부담할 능력이 있는 계층이 있고, 4050세대이더라도 보험료 인상이 부담되는 계층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보험료 인상이 어려웠던 것도 사용자와 절반씩 부담하는 직장가입자와 달리, 개인이 오롯이 부담해야 하는 자영업자, 플랫폼 노동자, 특수고용노동자 등 지역가입자의 비율이 높았던 측면이 있다. 이런 상황에서 그저 세대 간 형평을 내세우면서 차등화된 보험료를 부과하겠다는 발상은 세대 간 형평은커녕 계층 간 재분배까지 망가뜨릴 수 있다.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그간 한번도 논의한 적 없던 ‘자동안정화 장치’가 연금개혁안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자동안정화 장치란 급여를 일부 거시경제 지표 등과 연동하여 조정한다는 것인데, 사실상 급여가 삭감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큰 문제이다.
결국 정부가 구상하는 연금개혁안은 청년세대와 미래세대를 위한 것이란 탈을 썼지만, 실제로는 청년의 미래 연금급여를 삭감하고 심지어 부모세대의 노후안정까지 흔드는, 명백한 개악이다. 재정 안정화와 미래세대를 위한다는 명분을 앞세운 급여 삭감식 개혁은 ‘용돈 연금’이란 비아냥을 듣는 국민연금을 아예 ‘푼돈 연금’으로 만들겠다는 의지와 같다. 국민연금의 저급여 상태를 방치하면 기초연금과 기초생활보장제도에 대한 부담이 가중될 뿐만 아니라 노인 빈곤 자체를 해결하기 어려워진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이러한 사회적 부담을 뒷세대에 고스란히 전가하는, 나아가 세대 간 연대를 흔드는 것을 개혁이라 칭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더 큰 문제는 21대 국회에서 실시했던 연금개혁 공론화에 참여한 시민의 입장을 전혀 반영하지 않은 개혁안이라는 점이다.
정부는 그동안 국민연금을 논의하는 데 있어 재정을 가장 중요한 척도로 삼았다. 세계 최고 수준의 노인빈곤율을 기록하는 국가에서, 제도 개혁을 통해 노인빈곤율을 어떻게 완화할 수 있는지, 노인빈곤의 고통을 얼마나 경감할 수 있는지는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 국민연금의 목표는 기금을 지키는 것이 아니다. 노후라는 사회적 위험에 공동체가 함께 그 짐을 짊어지겠다는 약속이자 책임이다. 초고령사회에 노후를 대비하는 현세대의 책임은 노후 안전망을 튼튼히 하여 빈곤한 노인이 없는 세상을 뒷세대에 물려주는 것이다. 현 정부는 21대 국회, 공론장에서 국민의 선택을 다시 살펴보아야 한다. 국민이 진정 원하는 연금개혁은 그저 기금 소진을 미루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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