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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철학자 조르조 아감벤은 그의 저서 에서 증인을 개념화하는 라틴어의 계보를 짚고 그 여진을 오늘의 영단어에 대응시키며 진실의 다층성을 살핀다. 그중 첫째는 증언(testimony)에서 기원을 찾을 수 있는 ‘testis’로, 이는 경합하는 당사자들 간의 재판이나 소송에서 제 3자의 위치에 있는 사람을 가리킨다. 둘째는 ‘superstes’로 이는 생존자(surviver)로 승계되는데, 어떤 일을 끝까지 경험해 그 일을 증언할 수 있는 사람이다. 세 번째는 작가(author)에 흔적을 남긴 ‘auctor’로,

법철학자 조르조 아감벤은 그의 저서 에서 증인을 개념화하는 라틴어의 계보를 짚고 오늘의 영단어에 대응시키며 진실의 다층성을 살핀다. 그중 첫째는 증언에서 기원을 찾을 수 있는 ‘testis’로, 이는 경합하는 당사자들 간의 재판이나 소송에서 제 3자의 위치에 있는 사람을 가리킨다. 둘째는 ‘superstes’로 이는 생존자로 승계되는데, 어떤 일을 끝까지 경험해 그 일을 증언할 수 있는 사람이다. 세 번째는 작가에 흔적을 남긴 ‘auctor’로, 그는 무능력한 연소자나 금치산자를 도와 이들의 행위를 보충하고 설명하는 이를 뜻한다.

아감벤이 그 시시비비를 올바르게 가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 증언에 균열을 내는 이유는 명료하다. 그는 아우슈비츠라는 인류사적 재난의 진실을 다룬다. 벌써 90년 전의 일이기에 사료는 넘치고 제 3자의 증언도 풍부하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아우슈비츠의 지옥도를 온전히 마주할 수 없다. 그 곳은 건조한 사실기술로 채워지지 않는 참사의 현장이었다. 그렇다고 생존자가 진실에 근접한 것은 아니다. 그는 인간미만의 대접을 받으며 인간성에 상처를 입은 자이기에 이성을 정지당했고 그의 진술은 평범한 이들의 인식으로부터 소외된다. 생환자 프리모 레비는 아예 자신을 포함한 살아남은 사람들은 진정한 증인이 아니라고 단언한다. “오히려 최악의 사람들, 이기주의자들, 폭력자들, 무감각한 자들, ‘회색지대’의 협력자들, 스파이들이 살아남았다.

그런데 이로부터 분열과 역설이 돌출한다. 프리모 레비의 숱한 증언 기록은 무엇이란 말인가. 아감벤은 이를 작가적 실천으로 설명한다. “‘auctor’의 행위는 무능력한 사람의 행위를 보완하고, 자체적으로는 증거 능력을 갖추지 못한 것에 증거 능력을 제공하며, 단독으로는 존립할 수 없는 것에 생명을 준다.” 레비는 용기를 내 분열과 두려움을 끌어안고 견디며 작가가 되었고 아우슈비츠의 비극을 증언하며 인간성의 죽음 이후의 삶을 연장했다. 작가는 말할 수 없는 것과 있는 것, 죽은 자와 산자를 잇고 무력한 자를 재현한다. 현대적 의미의 작가, 즉 그럴듯한 허구의 창작자라는 작가 개념은 이러한 증언자로서의 작가 개념에 혼란을 불러일으킨다. 만약 우리가 ‘auctor’의 잠재성을 재발견할 수 있다면 일군의 창작자만이 아니라 생존을 곱씹는 자, 다큐멘터리스트, 기록하는 자, 기자, 저널리스트로 작가의 의미를 확장할 수 있다.

이처럼 객관적 증거, 생존자의 주관적 진술, 생존자의 편에 선 작가적 개입이 함께 할 때, 진실은 조금씩 제 모습을 드러낸다. 그럼에도 진실이 명명백백하게 밝혀질 날은 결코 오지 않을 것이다. 제 3자, 생존자, 작가든지 간에 그들의 진술에는 늘 잔여물이 남는다. 불편한 찌꺼기는 진실을 과거의 마침표로 놔두지 않는다. 진실은 누구나 동의하고 투명하기 때문이 아니라 맹렬하게 객관화를 거부하고 자신의 규명을 미래로 유예하기 때문에 진실이다. 진실은 현실을 요동치게 만드는 수행적 힘이다. 지금에 안주하고 진실을 불편하게 여기는 이들은 진실의 힘을 두려워했다. 그들은 진실을 구성하기보다는 박제화하거나 신화화하는데 주력했다. 예컨대 법은 최소한의 사실관계 확인에 그칠 뿐이다. 그럼에도 법은 그리고 국가는 스스로 진실규명의 책임을 다했다고 선언하기 일쑤이다. 책임자 처벌과 판결로 진실규명을 갈음하고 정의를 구현했다고 으스대거나 생존자의 트라우마를 개인적 비극으로 한정하고 불운으로 치부한다.

재난과 비극의 범람 앞에 작가적 실천은 긴급하다. 하지만 불안이 엄습한다. 주요한 작가적 실천 주체인 언론에 대한 회의 탓이다. 언론은 기계적 객관성, 중립성, 공정성을 외치는 와중에 작가되길 거부하고 심판을 자처하며 사회의 제 3자로 후퇴한 것은 아니었을까. 단지 사실관계 확인에 그치는 가운데 법·국가와 한 몸이 되며 생존자와 그 주변 이야기를 흘려듣지는 않았을까. 그 속에서 무력한 자, 상처입은 자, 가라앉은 자들은 분노하거나 고립되며 진실의 목소리를 억압당한 것은 아니었을지. 진실의 수호자를 자처하는 언론에게 묻는다. 언론은 어떤 증언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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