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가 마라도 생태계를 파괴한다? 쫓아내면 생태계가 회복될까? 국내외 전문가들에게 물어봤습니다.\r마라도 고양이 팩트체크
한국 최남단의 작은 섬 마라도가 시끌시끌하다. 이 섬에 사는 100여 마리의 고양이들이 생태계 교란의 주범으로 지목돼 한꺼번에 섬에서 쫓겨날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문화재청 등은 지난 17일 2차 협의체 회의를 열고 멸종위기종 뿔쇠오리를 비롯한 200여 종의 철새를 보호하기 위해 고양이를 일괄 반출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동물 보호 단체로 구성된 ‘철새와 고양이 보호 대책 촉구 전국행동’은 “반출 근거가 확실하지 않다”며 거세게 반대하고 있다.
고양이는 정말 철새들을 위협하고 섬의 생태계를 무너뜨리는 주범인 걸까? 중앙일보는 국내외 논문과 생태 전문가, 주민 인터뷰 등을 바탕으로 마라도 고양이를 둘러싼 주요 논쟁 사항에 대해 짚어봤다.마라도는 현재까지 뿔쇠오리가 찾는 전 세계 유일한 유인도다. 정확히는 뿔쇠오리를 비롯한 철새 200여 종의 중간 기착지인 마라도에 사람이 뒤늦게 터를 잡았다. 뿔쇠오리는 고양이의 접근이 어려운 마라도 절벽에 알을 낳고 서식한다. 2019년 발표된 서울대 산림학과 석사 논문 ‘마라도의 뿔쇠오리개체군 보전을 위한 고양이의 서식 현황과 행동권 및 생존능력분석’에 따르면 2018년 조사 결과 마라도 고양이 20마리에 의해 희생된 뿔쇠오리는 24마리로 추산됐다. 연구팀은 이를 근거로 고양이 성체 한 마리가 매년 1.2마리의 뿔쇠오리를 포식할 것으로 추정했다. 문화재청은 추가 조사를 위해 현재 제주대에 연구 용역을 의뢰했다.
특히, 섬을 잠시 쉬어 가는 중간 기착지로 삼는 철새들은 고양이의 위협에 가장 취약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조류학자인 최창용 서울대 산림과학부 교수는 “마라도는 철새가 우리나라에 처음 도래하는 곳으로 너무 지쳐서 나무나 돌 위에 가만히 앉아서 사람이 만져도 가만히 있는 걸 볼 수 있다”며 “ 위협에 훨씬 더 노출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하지만, 뿔쇠오리의 생존을 위협하는 건 고양이뿐만이 아니다. 뿔쇠오리의 천적은 매, 고양이, 쥐 등이다. 매년 마라도를 방문하는 약 500마리의 뿔쇠오리는 낮 동안은 매의 눈을 피해 섬 주위를 날아다니다 밤에 섬 평지에 내려앉은 뒤 야간에 둥지로 이동한다. 이때 쥐 등 소형 포유류에 의해 알을 포식 당할 수 있다. 뿔쇠오리를 지키려면 고양이 개체 수를 최대한 줄이는 동시에 쥐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중성화를 통해 개체 수를 조절하는 방식으로 고양이와 철새들이 섬에서 공존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는 “길고양이 생존 기간은 짧고, 마라도 고양이 대부분이 중성화돼 있어 개체 수가 줄고 있다”며 “이미 주민과 공존하고 있는 고양이들을 일괄 반출할 필요가 있을까. 전문가들도 고양이를 일정 수를 기준으로 개체 수만 조절해도 된다는 의견”이라고 말했다.주민들이 길에서 밥을 주는 고양이가 아닌 정식 입양한 고양이는 반출 대상이 아니다. 문화재청은 현재까지 주민이 입양 의사를 밝힌 개체 수는 10여 마리 정도고 반출 대상은 70여 마리 정도로 대략 파악하고 있다. 다만 주민들이 입양을 고려하고 있는 만큼 마라도 내에 남는 고양이 수는 늘어날 수 있다. 문화재청은 입양 고양이에 대해서는 제주세계유산본부와 협의해 관리지침을 만들어 문화재 훼손을 방지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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