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자들의 10년] 평범한 얼굴의 3등 항해사 박한결 이야기 60대 중반의 노파가 감옥살이한 딸의 됨됨이를 확신에 찬 목소리로 설명했다. 3월 14일 전남의 한적한 소도시, 자신의 낡은 아파트 안에서 처음 본 기자와 마주한 자리에서다. 노파는 과거를 떠올리는 걸 괴로워하면서도 ‘착한 딸’이 오해받는 건 참을 수 없는 것 같았다. 어떤 유혹이 있어도 절
60대 중반의 노파가 감옥살이한 딸의 됨됨이를 확신에 찬 목소리로 설명했다. 3월 14일 전남의 한적한 소도시, 자신의 낡은 아파트 안에서 처음 본 기자와 마주한 자리에서다. 노파는 과거를 떠올리는 걸 괴로워하면서도 ‘착한 딸’이 오해받는 건 참을 수 없는 것 같았다. 어떤 유혹이 있어도 절대 달아나지 않을 것이라는 그 딸은, 자신이 살려야 했던 300명을 버린 채 도망간 죄로 5년간 교도소에 갇혀 지냈다. 박한결. 세월호 3등 항해사다.박한결은 착실한 아이였다. 선원이 되겠다고 마음먹은 것도 엄마의 권유 때문이었다. 자격증만 따면, 고되지만 오래 할 수 있는 일. 고3 때 아버지를 여읜 뒤, 어머니와 여동생의 생계를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했던 박한결에게는 매력적인 직업이었던 것 같다. 그는 집에서 멀지 않은 해양대학교에 진학해 4년간 배를 탈 준비를 했다. 책임감이 강한 탓이었는지 졸업도, 취업도 동기들을 앞섰다.
2014년 4월 15일 저녁, 박한결은 인천에서 제주로 향하는 자신의 40번째 항해에 나섰다. 이날도 그는 성실히 '범행'에 동참했다. 박한결은 출항 전 해운조합 운항관리실에 안전점검보고서를 제출했다. 배에 탄 승객과 컨테이너, 자동차 수 등을 적어야 할 칸이 비어 있었다. 운항관리실에는 아직 화물 등을 다 싣지 않았다는 이유를 댔다. 사실 청해진해운은 이번 항해에서 2,210톤의 짐을 실을 작정이었다. 배가 감당할 수 있는 최대 적재량을 배 이상 넘긴 무게였다. 점검을 책임진 운항관리사 전정윤은 눈으로 서류를 훑은 뒤 서명했다. 박한결은 빈칸 숫자들을 출항 뒤 무전으로 불러줬다. 엉터리 수치들이었다.출항 이튿날 오전 8시 45분, 당직 근무였던 박한결이 조타수 조준기에게 침로 변경을 지시했다. 조류가 무척 빨라 긴장했던 전남 진도 인근 맹골수도를 막 빠져나온 참이었다.
"선장을 보면서는 '당신은 왜 살아 있어' 하는 생각이 들었죠. 그런데 박한결은… 우리 딸보다 몇 살 더 많은 애가 부들부들 떨고 있는 걸 보니 한편으론 안쓰럽기도 했어요. 그래도 책임을 피할 수 없는 선원이잖아요. 감추는 것도 있는 듯 보였고요. 당시 감정을 뭐라 설명하기 어려워요." 2019년 4월, 형기를 다 채운 박한결이 교도소 문밖으로 나왔다. 출소 이후 두통은 더 심해져 병원을 찾았다. 정밀 검진을 받은 후에야 원인을 찾았다. 의사는 '뇌하수체 종양'이라는 낯선 병명을 말했다. 정확히 왜 발병하는지조차 알려지지 않은 질환이지만 20, 30대 젊은 환자는 드물다고 했다. 박한결은 급히 수술을 했다. 의사는 재발 가능성이 10%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고 했다. 하지만, 90%의 확률이 박한결을 피해 갔다. 그는 지난해 병이 재발해 다시 수술받았다. 마음 속에 수시로 교차한 죄책감과 억울함이 쌓여 병이 된 듯했다.박한결은 여전히 착실히 산다. 대학 동문이 대표인 선사에 잠시 취업했지만 건강 탓에 오래 버티지는 못했다. 그는 고향 인근 대도시 원룸에서 혼자 지내며 음식점 등을 돌며 아르바이트로 먹고산다. 엄마는 딸이 지내는 곳을 정확히 알고 싶어 하는 기자에게"그건 절대 알려줄 수 없다"며 단호히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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