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주현 | 상담사 선생님, 편지는 처음이네요. 창밖으로 굵은 비가 묵직하게 내리꽂히는 깊은 여름밤이에요. 상담은 다 끝났는데 쉽사리 자리에서 일어나지지 않아 펜을 들어봅니다. 이런 날이 가끔 있어요. 내담자의 이야기가 잘 소화되지 않는 날이요. 이런 날은
선생님, 편지는 처음이네요. 창밖으로 굵은 비가 묵직하게 내리꽂히는 깊은 여름밤이에요. 상담은 다 끝났는데 쉽사리 자리에서 일어나지지 않아 펜을 들어봅니다. 이런 날이 가끔 있어요. 내담자의 이야기가 잘 소화되지 않는 날이요. 이런 날은 괜스레 딴청으로 마음의 무게를 덜어내는 시간이 필요하더라고요.빗소리를 듣고 있으니 문득 외롭다는 생각이 들어요. 상담실에서 내담자를 맞이하는 일은 설레는 일이에요. 내담자에게 이 시간이 환대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정성을 다하는 일이고요. 하지만 방음 처리가 된 사각형의 밀폐된 상담실에서 내담자와 단둘이 마주 앉아, 그분이 풀어놓는 고단한 삶의 이야기를 마주하는 순간은 온전히 제가 홀로 감당해야 하잖아요. 게다가 우리는 직업윤리상 비밀보장의 의무가 있으니 어딘가에 마구 털어놓을 수도 없고요.
돈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사실 초심 상담자들이 가장 크게 충격받는 부분이잖아요. 많은 상담자가 영리적인 목적만을 가지고 상담을 시작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열정페이를 당연하게 생각하는 태도로 좋은 상담자의 자질을 판가름하려고 할 때는 너무 당황스러워요. 내담자의 복지를 위해 애쓰는 것이 상담자 자신의 복지를 무시하고 희생시켜야 한다는 말은 아닐 텐데도요. 여전히 석사 이상의 학위를 가진 많은 상담자가 계약직의 지위에 연봉 3천만원의 수입이라도 보장되는 자리를 찾아 헤맨다는 건 서글픈 일이에요. 내담자가 중요한 만큼 상담자인 저희도 중요하잖아요. 상담은 내담자의 복지와 안녕을 위한 일이기도 하지만 상담자에겐 생계를 이어 나가게 해주는 밥줄이기도 해요. 안전한 근무 환경에서 안정되게 내 할 일을 이어갈 수 있고, 상담의 유일한 도구인 나를 더 좋은 상담사로 만들기 위해 필요한 교육을 돈이 없어 포기하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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