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경향] 사회학자 오찬호 박사가 2015년 내놓은 책 는 2045년 청와대에서 긴급회의가 열리는 가상의 상황을 그리면서 시작한다. 회의 안건은 자살이다. 이 가상 세계에서 국제연합(UN)은 한국 정부에 자살률 감소를 위해 사회적 책임을 다할 것을 강력히 권고하는데, 기업가·펀드매니저 출신인 대통령과 장관들, 청와대 수석들은 ‘자살의...
대구대 사회학과 졸업생이자 사회학과 전일제 조교인 김은서씨가 지난 10월 29일 ‘사회학과 메모리얼 파티’를 알리는 현수막이 걸린 대구대 교정을 걷고 있다. 김씨는 “메모리얼 파티는 사회학과 1학년 때부터 줄기차게 들었던 사회학적 상상력으로 기획된 행사다. 사회학과를 떠나보내고 슬퍼하는 게 아니라 제단에 전공 책들을 올리고 사회학과 함께한 기억을 추모할 계획이다”라고 했다. 이효상 기자
한국사회의 오늘은 이 비관적인 전망에 현실성을 부여한다. 대구대 사회학과는 오는 11월 7일부터 이틀간 메모리얼 파티를 연다. 내년부터 신입생 모집이 중단되면서 사실상 폐과 수순을 밟게 된 학과를 애도하는 행사다. 대학에서 사회학과의 폐과는 이제 더는 놀랄 일도 아니다. 너무나도 익숙한 일이 된 나머지 이렇다 할 저항도 없이 이미 많은 대학에서 사회학과는 자취를 감췄다. 대구대 사회학과를 주목하는 것은 애도라는 형식으로 ‘사회학 멸종’이라는 시대의 거대한 흐름에 저항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렇게 사라지지만, 지금이라도 사회학의 위기 신호를 듣지 않으면 더 큰 절망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구대 사회학과는 왜 사회학이 우리 사회에 필요한지를 다시 묻고 있다.
이는 대구대에만 국한된 일이 아니다. 지역 대학부터 사회학은 빠르게 자취를 감추고 있다. 대구가톨릭대 사회학과는 2022학년도부터, 경남대 사회학과는 2023학년도부터 신입생 모집을 중지했다. 지역에만 국한된 문제도 아니다. 이희영 대구대 사회학과 교수는 “사회학과가 문을 닫으면 이제는 체념하는, ‘해봤자 소용없다’는 분위기 속에서 메모리얼 파티를 알리는 목소리를 냈다. 예상외로 이미 폐과를 경험한 대학과 당사자들, 위험에 처한 연구자와 학교들이 전국에서 연락해 왔다. 한 스카이 대학의 교수님은 ‘서울에 있고 소위 메이저 대학이라 하지만 사회학 교수는 충원을 안 한다’고 했다. 대구대에서 먼저 나타난 문제이지, 전국의 사회학과가 닥친 공통의 문제다”라고 했다.신입생 모집 중지 통보에 대구대 사회학과 졸업생들과 재학생들의 대응은 메모리얼 파티였다. 추모와 애도를 하는 자리지만, 어렵게 찾아온 조문객들이 돌아갈 때는 즐거움과 뿌듯함을 안고 가길 바라며 행사를 기획하고 있다.
메모리얼 파티를 기획 중인 졸업생 권민조씨는 사회학이 “다음 세대를 위해 존재해야 할 학문”이라고 했다. 그는 졸업 후 교육회사에서 일하며 많은 지역의 학교들을 방문했는데, 사회학도인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은 학교별로 불평등한 교육현실과 지역격차였다. 공부를 더 해야겠다고 마음먹고 현재는 성공회대 사회과학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다. 그는 “대구대 사회학과처럼 살아 있는 따끈따끈한 사회학을 공부하는 데가 별로 없다. 교수님들이 교과서 위주의 공부가 아니고 눈높이에 맞춰 현장 실습이나 토론 방식으로 강의를 이끌어 왔다. 지방대가 살아남기 위한 전략이라지만 대학 입장에서도 결코 좋은 일이 아니다. 철학과나 역사학과가 없는 대구대에서 사회학과는 인문학적 소양을 키울 수 있는 강의를 도맡아 하던 학과였다. 그런 과를 없애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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