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크리스마스에 열린 사회개혁 집회를 통해 사람들의 참여와 희망을 보여주며, 한국옵티칼하이테크 공장에서 해고된 노동자들의 고공농성과 노동조합의 지원을 통해 노동자들의 어려움과 투쟁에 초점을 맞춘다.
지난해 12월25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윤석열 퇴진! 세상을 바꾸는 네트워크’가 연 ‘윤석열 퇴진하고 평등세상으로’ 집회에 300여명의 시민들이 참여하고 있다. 정봉비 기자 지난 크리스마스에는 명동성당 사거리에 갔다. ‘윤석열퇴진 성소수자 공동행동’, ‘차별금지법 제정연대’ 등 ‘무지개’ 단체들이 힘을 합쳐 연 ‘평등으로 가는 수요일’ 집회에 가기 위해서였다. 12월의 가장 성대한 휴일, 파티나 데이트 같은 일상의 이벤트를 두고 사회개혁 에 참여해야 하는 비상시국을 애석해하는 농담이 곳곳에서 들렸다. 어차피 파티를 연다면 초대 명단에 있을 사람들 상당수가 명동성당에 있는 터였다. 친구들이 있고, 개사한 캐럴이 있고, 많은 불빛이 있는 곳에서 성탄절 저녁을 즐겼으니 웬만해서는 그보다 더 크리스마스다울 수 없었을 것이다. 사실 집회만큼 낭만적인 약속도 드물다.
깊이 바라지만 실현될 가능성이 적은 일을 추구하는 태도를 낭만적이라고 본다면, 집회와 시위에서는 다른 무엇보다 그런 태도가 환영받기 때문이다. 광장과 거리는 중요한 교육의 장소다. 한 인간이 다른 인간의 고통을 이해하게 되는 일, 그런 터무니없는 사건이 내면에서 일어나도록 조장하는 장소다. 타인에게도 사정이 있고, 그의 몫으로 주어진 싸움이 있다는 사실을 알기란 어렵다. 그런데 책을 읽어서는 납득되지 않던 삶이, 그의 떨리는 몸과 얼굴을 직접 마주하면 벼락처럼 이해되고는 한다. 팔레스타인 해방을 외치는 깃발을 든 사람의 입에 간식을 넣어주다 보면 가자 학살을 공부하게 된다. 휠체어에 탄 퀴어 시민과 함께 종로3가에 늘어선 상점들의 연말 인테리어를 구경하고 있으면 시설에서 나와 온전한 삶을 살아갈 장애인의 권리를 지지하게 된다. 건물 외벽에 매달린 대형 산타 풍선에 대고 한 사람이 “산타야!” 부르더니 “탄핵은 언제 주냐!”고 탄식했다. 그러자 다른 사람이 산타도 배달노동자니까 연대하자고 받았다. 웃지 않을 도리가 없는 장면이다. 웃음이 터지는 동시에 머릿속에 구체화되는 것은 연말연시라는 대목을 맞아 고강도 노동에 시달리고 있을 사람의 신체다. 이 대오에 있는 사람만큼이나 없는 사람의 사정도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우선 물 한잔 마신다. 물을 따르며 경북 구미 한국옵티칼하이테크 공장 옥상에서 고공농성을 하는 해고노동자 소현숙과 박정혜를 생각한다. 일본 기업 니토덴코의 자회사인 한국옵티칼은 2022년 10월 구미 공장을 대형 화재로 잃자 막대한 화재 보상금을 챙기고 공장을 청산한 뒤 노동자들을 집단으로 해고했다. 니토덴코에 맞서 고용승계를 요구하는 두 여성 노동자가 불탄 공장의 꼭대기로 올라가 먹고 잔 지 1년. 비정하게도 돌아온 겨울 추위에 농성장의 물이 끊겼다는 소식을 보았다. 며칠 뒤에는 농성장에 수천통의 생수가 배달되었다는 소식도 보았다. 내 앞에 놓인 한잔의 물을 다시 본다. 이것은 그냥 물이 아니고 얼지 않은 물이구나. 마실 수 있는 물이구나. 여기에는 있고 거기에는 없는 물이구나. 물잔을 들고 세계적인 기업 애플이 만든 노트북 앞에 앉는다. 애플은 한국옵티칼하이테크에서 생산한 편광필름의 최종 납품처다.글을 쓰다 허리가 아파서 개와 산책하러 나간다. 걷고 뛰면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부산본부 김진숙 지도위원의 다리를 생각한다. 금속노조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의 고용승계 투쟁을 응원하기 위해 부산에서 구미까지 걸은 그를 생각한다. 지난해 11월22일 부산지하철 2호선 호포역에서 출발해 12월1일 구미 공장에 도착하기까지, 시간으로는 열흘, 거리로는 160㎞를 뚜벅뚜벅 걸어 소현숙과 박정혜에게 도착한 김진숙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걷잡을 수 없이 막막하고 외로운 날에는, 당신들을 만나기 위해 30만보를 걸어왔던 그 발걸음들을 기억해주십시오.”서재로 돌아와 자료 조사를 하려고 모바일 신문을 펼치면 반드시 한번은 엄지에 쿠팡 광고가 걸린다. 아무리 조심해서 스크롤을 내려도 피해 갈 방법이 없는 팝업창 세례를 보면서 민주노총 쿠팡물류센터지회의 지난해 12월3일자 트위트를 생각한다
사회개혁 노동자 투쟁 한국옵티칼하이테크 고공농성 고용승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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