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도 사투리에 대한 새로운 탐구, '사투리의 말들'을 소개합니다.
30대 후반, 이직으로 서울 살이를 할 때 나의 대구 사투리 를 대하는 사람들은 대략 두 부류로 나뉘었다. 귀엽고 재미있다며 한 번씩 내 토박이말에 까르르, 웃음을 터트리며 호의적으로 대하던 부류와 투박한 억양이 공격적으로 느껴지는지 나는 전혀 의식도 못 한 지점에서 왜 화를 내냐며'어~ 무서워!'하던 부류. 이렇건 저렇건 나이를 먹을 대로 먹어서 타지로 간 터라 다행히 별로 개의치 않고 웃으며 넘길 수 있었는데 먼 기억 속으로 들어가면 조금 다르다. 여름방학 때마다 서울에서 대구 외삼촌 댁으로 놀러 온 한 살 터울의 고종사촌 오빠는 한 번씩 나와 내 동생의 억양을 흉내 내며 놀렸는데 그때마다 지은 죄 없이 부끄러웠던 기억이 있다. 심지어 토박이말이 일상어인 우리 동네, 우리 집에 와서 저 혼자 이상한 말을 쓰는 주제에 말이다. 그때의 그 부끄러움과 주눅은 지금 생각하면 얼토당토않은 것인데 그때 내가 느꼈던 감정은 분명히 부끄러움이 맞다.
대체 그 부끄러움은 어디서 왔을까? 이번엔 사투리의 세계 외주 편집자로 이 출판사, 저 출판사의 일을 하다 보면 어제는 중동태라든지 당사자연구라든지 하는 세계나, 일본 학자의 배움의 즐거움에 관한 세계에 빠져 있다가 오늘은 릴케의 세계에 빠져 있기도 한다. 지난가을에 받아 들게 된 원고는 문학작품이나 매체에서 경상도 사투리로 쓰인 인용문과 그와 관련된 단상을 쓴 원고였는데, 좋아하는 선배와 후배가 함께 쓴 글로 그야말로 '글 잘 쓰는 아는 선후배'의 원고를 우연찮게 작업한 특별한 경우였다. 은'다양한 정서를 품은 유서 깊은 말, 오래 기억하고 함께 쓰고 싶은 사투리 표현을 모아 우리 언어문화의 다양성을 살핀다'는 출판사의 기획에서 출발한 '사투리의 말들' 중 한 권으로 나왔다. 마을과 문화, 사람을 톺아보며 지역의 이야기를 여러 매체를 통해 써 온 권영란 작가와 지역 헌책방을 운영하며 책과 글을 통해 독자를 만나 온 조경국 작가, 두 사람이 함께 '새빠지게' 경상도의 말을 썼다. 서울, 충청, 전라의 말들과 함께 경상의 말들도 나온 것인데, 문학작품이나 영화, 여러 매체 등에 쓰인 그 지역의 사투리 100개를 그러모으고 거기에 단상을 덧붙인 책이다. 노상 쓰는 말인데도 문자로 옮겨놓으니 잊은 지도 모르고 잊고 있던 말들도 보이고, 같은 경상도라고 생각했지만 낯선 말도 보이고, 무엇보다 여기엔 이런 정서가 흐르네, 저곳엔 저런 문화를 품고 있네, 하는 뜻밖의 생각을 수시로 하며 일했다. 다양하게 말맛을 즐긴 건 덤이다. 다른 '사투리 시리즈'와 달리 은 두 명의 저자가 작업해서 또 다른 맛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경남 창원이 연고지인 프로야구 구단 엔씨 다이노스를 그냥 넘어가지 못하고 두 사람 모두 거론한다든가 하는 지역의 문화를 들여다보는 재미도 있었고, 혹은 같은 말을 두고도 약간은 다른 정서로 인지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럴 때는 '아는' 작가님들이라는 이점을 백분 이용해 바로 카톡이나 전화로 묻는 즐거움도 있었다. 어느 때는 나 또한 경상도 편집자라는 이점을 살려'이건 이런 뜻이라기보다는 저런 경우에 쓰이는 것 아닌지?'라고 물어볼 수도 있었다. 토박이말에서 만나는 이웃, 우리 모두의 이야기 개인적으로는 처음 듣는 토박이말도 여럿 만났는데 개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말이 '줌치'였다. 문학작품이나 여러 매체 등에 쓰인 인용문이 아니라 권영란 작가가 실생활에서 직접 들은 말인데 그 말 사연이 퍽 아파서 기억에 남았다. '돈이 요물인기라. 줌치를 열래야 열 줌치가 없대이' 줌치는 '호주머니'를 이르는 경남 지역의 사투리다. 어쩌다 병원에 입원하게 된 저자는 거동이 불편한 '할매(할머니)' 다섯 분과 몇 주를 함께 지내게 됐다. 입원실에서 제일 기세등등한 사람은 누구일까. 자식들이 자주 찾아오고, 먹을거리 인심 좋은 사람이 그 병실에서 제일 기세등등한 사람이다. 그런데 그중 한 할매는 유독 다른 할매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혼자 겉도셨다. 인용한 말은 몇 번 말을 걸고 주전부리를 드리며 꾸준히 다가갔더니 그나마 속을 살짝 내보이신 할매가 하신 말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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