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진'을 겪은 현종의 반전은 한 고개에서 이뤄졌습니다.\r고려 현종 갈재
순이 몽진했다. 거란의 2차 침입 때인 1010년 12월, 요즘 같은 한겨울이었다. 몽진은 왕의 피난을 뜻한다. 그렇다면 ‘순’은?
지난달 21~23일 사흘간 순창에 60㎝, 정읍에 50㎝ 안팎의 눈이 내렸다. 정읍역 앞 한 상인은 “67년 살면서 2005년에 이어 두 번째로 맞은 폭설”이라며 “배달을 3일간 못했을 정도”라고 밝혔다. 그런데 50㎞ 떨어진 완주에는 불과 2.5㎝만 내렸다. 물기를 머금고 북서쪽에서 온 눈구름이 노령산맥에 부딪히면서 정읍과 순창 일대에 폭설이 쏟아진다는 분석이다. 노령산맥의 ‘노령’은 갈재의 다른 이름이다. 산맥 이름으로 쓰였다는 건, 그만큼 중요한 고개라는 의미다.‘왕이 노령을 넘어 나주로 들어갔다.’ 일제강점기에 ‘노령’이라는 한자어 표기를 만들었다는 의견도 있지만, 고려사절요에서도 보듯 이전부터 쓴 말이다. 갈재는 전남과 전북의 연결고리다. 위령·적령이라고도 부른다. 고개 근처에 많다는 갈대의 ‘갈’을 음차해 이름을 붙였고 노령·위령·적령도 갈대 혹은 물억새에서 비롯된 말이다.
현종의 출생은, 요샛말로 하면 꼬여 있다. 현종의 어머니 헌정왕후 황보씨는 태조 왕건의 친손녀로, 고려 5대 국왕 경종의 계비다. 경종이 죽은 뒤 비는 태조의 여덟 번째 아들, 즉 숙부인 왕욱과 사통해 현종을 낳았다.53일간의 나주 몽진은 현종에게 시련이었다. 많은 고려인이 그랬듯, 거란의 침입으로 신하들은 나라가 끝장났다고 생각했다. ‘천안부에 이르렀을 때, 유종과 김응인 등이 “신들이 청하건대 먼저 석파역에 가서 음식을 마련한 뒤 영접하겠습니다”라고 아뢰고는 마침내 도망쳤다.’ 향리가 왕을 우습게 알았다. ‘창화현에 이르렀는데, 어떤 아전이 말하기를 “왕께서는 저의 이름과 얼굴을 아십니까”라고 하였다. 왕이 못 들은 척 하자 아전은 성을 내며 난을 일으켰다.’ 같은 날 무졸이 화살을 쏘며 행궁을 범하려고 했다. 전주절도사 조용겸이 왕에게 위세를 부렸다. 현종에게는 거란이라는 외부의 적만 있었던 게 아니었다. 국정 최고 책임자의 위기였다.
전쟁은 쓸 사람을 가리게 했다. 자신을 몽진 와중에 끝까지 지킨 채충순과 지채문을 중용했다. 몽진 중 전방에서의 활약으로 거란 철수에 일조하다 전사한 양규의 아내에게 곡식을 주고 아들을 교서랑에 임명했다. 거란에 항복한 유언경의 가족은 유배 보냈다. 마치 깃발을 든 군사와 말이 있는 것처럼 보여 장단에서 거란군의 남하를 막은 감악산 신사에는 보은의 제사를 지내기도 했다. 신상필벌이었다. 남행 중 공주에서 자신을 극진히 모신 김은부를 환도 중 다시 찾았고, 딸 셋을 비로 맞이했다. 지방세력을 포섭하려는 정략이었다. 현종이 몽진 후보지로 전주 대신 택한 나주는, 태조 왕건이 아내를 맞이한 곳이라는 분석도 있다.모든 인사가 완벽하지는 않았다. 도망쳤던 박섬은 거란이 물러나자 왕을 다시 찾았다. 왕이 그를 중용했다는 기록이 녹록지 않다. ‘…이러한 왕명이 있었으나, 당시 여론이 그를 비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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