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 조선인이 강제동원된 일본 니가타현 사도광산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는 과정에서 한국 정부가 일본에 ‘강제동원’이라는 직접적인 표현 대신, 징용의 강제성을 드러낼 수 있는 다른 표현을 요구한 것으로 30일 알려졌다. 한-일 관계 개선에만 초점을 맞춘
정부가 저자세로 협상했다는 비판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강제동원’은 일본이 2021년 4월 각의에서 부적절하다는 결정을 내린 표현이다. 애초 한국 정부는 사도광산의 세계문화유산 등재 때 이 표현을 넣으라고 요구했으나, 일본이 이를 완강히 거부하자 강제성을 드러낼 수 있는 간접적인 표현을 요구하는 쪽으로 협상 전략을 선회한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 실제 전시 내용을 한·일이 협의해 구성할 때 우리 쪽은 강제성이 더 분명히 드러나는 많은 내용을 요구했으며 일본이 최종적으로 수용한 것이 현재 전시 내용”이라고 말했다. 이 박물관 전시에 ‘강제성이 충분히 드러났다’는 설명이다.
아이카와 향토박물관은 사도광산 인근에 있는데, 한·일 정부는 사도광산의 세계문화유산 등재에 합의하면서 이곳에 관련 전시를 하기로 했다. 여기엔 “전시에 국가총동원법, 국민징용령 및 기타 관련 조치들은 한반도에서 시행됐다. 초기에는 조선총독부의 관여하에 ‘모집’ ‘관 알선’이 순차적으로 시행됐고, 1944년 9월부터는 ‘징용’이 시행돼 노동자들에게 의무적으로 작업이 부여되고 위반자는 수감되거나 벌금을 부과받았다”는 내용이 담긴 전시물이 설치됐다. 그러나 전시물 어디에도 조선인 노동자가 ‘강제동원’됐다는 내용은 없다.우원식 국회의장은 외교부에 강제동원 표현이 빠진 경위를 소명하라고 요청했다. 우 의장 쪽은 “답변은 받았으나 자료가 부실해 보강을 요구했다”며 “사실관계를 더 확인해 입장을 낼 예정”이라고 밝혔다.
외교부는 2015년 군함도가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될 때 일본 정부 대표인 사토 구니 주유네스코 일본대사가 “과거 1940년대 한국인 등 수많은 사람이 자신의 의지에 반해 동원돼 가혹한 노동을 강요당했다”고 말한 만큼 ‘표현 문제는 정리됐다’고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등재 이후 기시다 후미오 당시 일본 외무상은 “일을 강요당했다는 표현은 강제노역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말을 바꾼 바 있어, 양국 간 강제성 표현 문제가 정리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해결되지 않은 문제를, 피해자인 한국 정부가 나서서 해결됐다고 자처하고 있는 셈이다.민족문제연구소는 이날 성명을 내어 “역사의 진실을 봉합한 채 한일 관계 개선이라는 허상을 좇아 외교 실패를 성과로 둔갑시키려는 꼼수는 언젠가는 밝혀지고 말 것”이라며 “한국 정부는 사도광산 등재 과정에서 실패한 외교 협상에 대해 명명백백히 진상을 밝히고 사죄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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