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식간에 흐트러진 일상-비일상의 경계... 지하철은 숨겨진 이들 마주할 유일한 장소
이상 고온이 지속되던 6월 어느 날, 서울 영등포역에서 비둘기 한 마리가 사람의 무리를 따라 들어왔다. 사람들이 빈자리에 다급히 엉덩이를 던지는 동안, 비둘기는 그들 위 손잡이 봉으로 몸뚱이를 날려 앉았다. 전철의 문은 닫힐 때가 되어 닫혔고, 문 안쪽에서는 이 낯선 승객에게 잠시 시선이 모였다. 비둘기 아래의 사람들은 예상되는 비위생에도 불구하고 어렵사리 구한 자리를 지켰다. 몇 개의 역을 이동하며 관심이 사그라들 즈음되니 비둘기는 보이지 않았다. 오래간만에 휴대폰 말고 지켜볼 만한, 또 수다의 소재가 될 만한 재미있는 사건이 끝난 것에 내심 아쉽기도 했다.
이런 광경을 목격한 이들은 '전설의 1호선'이란 말에 고개를 끄덕인다. 이들이야말로 수도권이 제공하는 시청각 콘텐츠이자 문화적 혜택 중 하나라고 비틀어 표현하기도 하는데, 실제로 불쾌감을 넘어 단조로운 일상 속 일종의 여흥 거리로 여겨지기도 한다. 영등포 땅에서 서식하던 비둘기가 10량짜리 쇳덩이에 실려 노량진 땅에, 또는 강 건너 용산 땅에 옮겨졌다. 우리에게 일상인 전철은 비둘기에게 비일상이었다. 그리고 옮겨진 낯선 땅에서 다시 일상을 일구고 있을 것이다. 도시의 울타리는 쓸모 있는 것들만 시야에 남겨둔다. 나름의 경제활동으로 현대문명을 영위하고 재생산에 기여하는 사람, 또 그들과 그럴싸하게 어울리는 것들이다. 영 쓸모가 없어 보이는 걸인, 노숙인, 정신질환인, 발달장애인들은 시야에서 내쫓긴다. 그렇게 우리의 일상은 그들의 발 디딜 곳이 줄어들며 함께 협소해지고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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