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호의 씨네만세 565]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특별상 그 후
십여 명의 참석자가 있는 주말 모임을 앞둔 아침, 서울 구로구 오류동역 앞에 있는 오류시장을 찾았다. 모임 구성원들과 먹을 떡을 사기 위해서였다. 어두운 골목을 지나 앞에 거울들이 늘어선 점포 앞에 섰다. 이 자리에서 지난 반세기를 지켜온 성원떡집이다.떡을 사서 상자에 담고 값을 치른 뒤 떡집 사장 부부에게 영화를 잘 보았다고 인사를 건넸다. 눈이 휘둥그레진 그들 앞에 얼마 전 나간 영화평을 쓴 사람이라 소개했다. 그로부터 나는 환대라는 말이 무엇을 뜻하는지를 새삼 실감하였다. 그들은 인터넷에서 평을 어떻게 보았는지, 그 글이 저들에게 어떤 의미인지, 또 영화를 찍은 감독의 됨됨이가 어떠한지, 저들이 겪어왔고 또 겪고 있는 상황은 어떠한지를 쉬지 않고 이야기했다. 충분한 시간을 두지 않고 찾은 것이 미안해질 만큼. 신촌에서 있을 모임에 길을 한참 돌아가면서까지 이 시장을 찾은 이유는 분명했다. 다큐멘터리 때문이었다.
짐작하기로 30대 중후반, 비슷한 또래가 아닐까 싶은 그는 선하고 부드러운 표정과 말투를 지녔다. 하지만 어느 주제에 천착한 길고 긴 시간을 견뎌야 하는 다큐인이라면 고집 또한 보통은 넘을 테다. 따로 많은 대화를 나눈 것은 아니지만 그 인상만큼은 뚜렷하게 기억하던 차에 꼭 반년 쯤 지나 그와 다시 만났다. 이번엔 경기도 고양에서 열린 DMZ국제다큐영화제 자리였다.상업적 성공을 기대하기 어렵고, OTT 서비스 업체와 계약을 맺기도 쉽지 않은 다큐멘터리 영화가 아닌가. 영화제가 아니라면 다큐를 볼 기회를 갖기도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반짝다큐페스티발에서의 경험은 세상엔 알려져야만 할 다큐가 많다는 사실을 일깨웠다. 그런 연유로 찾은 또 다른 다큐영화제에서 나는 반년 만에 최 감독과 마주쳤던 것이다. 다큐를 보고 극장을 나서던 내게"어? 혹시" 하며 그가 다가왔다. 그와 나는 프랜차이즈 햄버거집에서 함께 저녁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눴다.
지난 십 수 년의 삶 가운데서 나는 그와 같은 광경을 몇 번쯤은 목격하였다. 때로는 결코 잊어서는 안 되는 기억이 있다. 바로 그런 광경 같은 것 말이다. 이것이 내가 이 글을 쓰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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