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12시 반인데, 두 그릇밖에 안 팔렸어요.” ‘개식용종식법’(개의 식용 목적의 사육·도살 및 유통 등 종식에 관한 특별법)이 통과된 뒤 맞은 첫 초복인 15일 점심, ‘보신탕 거리’로 알려진 서울 동대문구 경동시장 골목은 한산했다. 57년째 이 시장에
‘개식용종식법’이 통과된 뒤 맞은 첫 초복인 15일 점심, ‘보신탕 거리’로 알려진 서울 동대문구 경동시장 골목은 한산했다. 57년째 이 시장에서 보신탕을 팔고 있다는 배씨는 “몇 년 전만 해도 아침부터 예약을 받아야 할 정도로 손님이 붐볐는데, 몇 년 새 손님이 다 빠졌다”고 했다. 배씨는 이날 아침 8시부터 준비했다는 보신탕 40인분과 시계를 번갈아 보며 초조하게 주변을 살폈다.
지난 2월 제정된 개식용종식법은 식용 목적의 개 사육·도살·유통·판매 행위를 금지한다. 3년의 유예기간을 두고 있어 처벌은 2027년 2월7일부터 이뤄진다. 당장 처벌이 이뤄지진 않는만큼, 여전히 보신탕집 간판을 단 가게들이 눈에 띄었지만 그나마 염소탕 등 다른 메뉴를 같이 팔고 있었다. 시장 상인들의 말을 들어보면 과거 이곳 보신탕 거리에는 9개의 보신탕집이 있었지만 이제 남은 곳은 3∼4곳에 그친다. 20년 동안 보신탕을 팔다 오리백숙으로 업종을 바꿨다는 시장 상인 황아무개씨는 “메뉴를 바꾸길 잘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경동시장에서 보신탕의 자리를 대체한 것은 ‘삼계탕’이다. 해장국집, 순댓국집 등 다른 메뉴를 팔던 식당들도 ‘오늘은 복날입니다’, ‘삼계탕 드시고 건강하세요’ 등의 펼침막을 내걸고 삼계탕을 팔았다. 삼계탕 식당엔 노인과 청년, 시장 상인 등이 몰려 오전 11시부터 문전성시를 이뤘다.
집회 뒤 행진 도중 치킨집 앞에서 마이크를 잡은 김윤선씨는 “병아리가 불과 한 달 만에 닭으로 길러진다는 사실을 알았다. 빨리 자라야 되니까 성장촉진제, 환경이 더러우니까 항생제, 이런 걸 먹고 자란 닭이 과연 복날에 건강을 주는 음식이겠느냐”며 “그 누구도 이들이 우리 밥상 앞에 어떻게 오는지 알려주지 않는다”고 짚었다.육류 대신 채소로 보양식을 만들어 먹자는 ‘복날 채식 캠페인’을 벌이는 움직임도 있다. 불교환경연대는 지구 온난화와 생태계 파괴의 원인이 되는 육류를 줄이기 위해 절기상 초복인 15일부터 말복인 8월14일까지 ‘복날엔 육식 대신 채식을 하자’는 ‘2024 복날 채식 캠페인’을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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