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치클리어링에서 퇴장까지, 흥분하면 손해 구자욱 피렐라 김현수 글렌스파크맨 이준목 기자
빈볼 시비로 인한 벤치클리어링에서 스트라이크존 판정 항의로 인한 퇴장 속출까지, 다사다난한 사건사고가 속출했던 하루였다. 공통점은 먼저 흥분한 쪽이 손해를 봤다는 것이다.지난 23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2 신한은행 SOL KBO 리그' 삼성 라이온즈와 롯데 자이언츠와 경기에서는 올시즌 1호 벤치클리어링이 발생했다. 주인공은 삼성 구자욱과 롯데 글렌 스파크맨.양팀이 2-2로 맞선 삼성의 5회말 공격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타석에 들어선 구자욱은 스파크맨이 던진 초구 빠른 공에 그대로 다리를 맞았다. 분노한 구자욱은 곧바로 배트를 내던지며 헬멧을 벗고 마운드로 올라갔다. 스파크맨도 물러서지 않고 구자욱에게 다가섰다.
두 선수는 설전을 벌였고 심판이 재빨리 다가가 구자욱을 막아섰다. 그 사이 양팀 선수들이 모두 그라운드로 쏟아져나오며 벤치클리어링이 발생했다. 다행히 선수들의 중재로 더 이상 큰 충돌 없이 벤치클리어링은 조기에 마무리됐다. 하지만 구자욱은 1루로 출루해서도 쉽게 흥분한 감정을 추스르지 못했다.구자욱이 유난히 격하게 반응한 데는 나름 이유가 있었다. 두 선수가 첫 대결한 1회에도 스파크맨이 빠른 강속구가 구자욱의 몸쪽으로 향하는 장면이 있었다. 구자욱은 화들짝 놀라 공을 피하면서 타석에 넘어졌다. 다행히 공은 구자욱의 몸을 맞추지는 않고 다리 뒤로 지나 뒤쪽으로 빠졌다. 구자욱은 일어서면서 스파크맨을 잠시 노려봤지만 이때만 해도 별다른 충돌로 이어지지는 않았다.그런데 5회에도 공교롭게도 초구부터 비슷한 코스로 공이 날아왔고 이번에는 구자욱의 다리를 맞히고 말았다. 타자 입장에서 고의적인 위협구라고 판단하고 화가 날만한 소지는 충분했다.
여기에 구자욱은 바로 직전 타석이었던 3회말 1사에는 좌익선상 2루타를 때려냈고, 오재일의 1타점 적시타 때 홈까지 밟았다. 아무래도 신경전을 벌였던 상대에게 안타를 맞고 실점의 빌미를 내준 스파크맨의 기분이 좋을리는 없었을 것이다.다음 타석에서 설사 구자욱을 일부러 맞힐 생각까지는 아니었다고 해도, 위협구를 시도 했다면 전혀 설득력없는 이야기는 아니었다. 타자들도 투수의 공이 고의인지 실수인지는 타석에서 본능적으로 파악한다. 진실 여부는 스파크맨 본인만이 알고 있을 것이다.위협구 논란과 벤치클리어링의 나비 효과는 엉뚱한 쪽으로 번졌다. 상황이 진정된 후 다음 타자 호세 피렐라가 볼카운트 2-2에서 5구째 들어오는 낮은 직구에 루킹 삼진을 당했다.
피렐라는 공이 낮다고 생각하고 배트를 내지 않았는데 주심이 스트라이크 아웃 판정을 선언하다가 흥분을 감추지 못하며 주심에 격하게 항의했고, 결국 퇴장 판정을 받았다. KBO는 올시즌 심판의 스트라이크존 판정에 이의를 제기할 경우 곧바로 퇴장 판정을 내리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구자욱과 피렐라 두 선수 모두 충분히 화가 날 만한 상황이긴 했지만 결과적으로 팀에는 도움이 되지 못했다. 중심 타자 피렐라가 퇴장당하면서 흔들린 타선은 이후 더 이상의 득점을 뽑아내지 못했다. 구자욱도 5회 사구 이후에는 안타를 기록하지 못했다.롯데는 6회 2점을 뽑아내면서 오히려 4-2로 역전에 성공했고 이후 경기가 끝날때까지 이 점수가 그대로 유지됐다. 구자욱에게 두 번이나 위험한 공을 던지고 피렐라의 퇴장에도 빌미를 제공한 스파크맨은 5이닝 동안 3피안타 2볼넷 7탈삼진 2실점을 기록하며 승리투수가 됐다. KBO리그 3경기만에 기록한 첫 승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