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 년 후엔 엄청난 자산이 될 지붕 없는 박물관 강화 읍성
강화도에 가려면, 반드시 김포 벌을 지나야 한다. 탁 트인 시야에 목가적이던 벌판의 옛 풍경은 이제 온데간데없다. 그래서 불편하다. 그러나 딱히 그게 전부는 아닌 듯하다. 온통 아파트뿐이라고, 도로가 막혀도 감내할 수는 있다. 오가는 불편함보다, 정작 강화라는 섬이 주는 무게감 때문인지 기분이 마냥 달뜨진 않는다.
강화는 문화재 보고다. 섬으로 향할 때마다 아득한 시공간으로 빨려드는, 흡사 박물관에 들어서는 기분이다. 섬에 이르면 그래서 차분해진다. 속도가 전부인 현실에서, 느리게 걸을 수 있는 옛 시공간에 이르러 기분마저 느긋해진다. 이런 까닭에 강화 섬을 '지붕 없는 박물관'이라 부르는 모양이다. 무엇보다 하늘을 찌를 듯 높다란 아파트가 없어서 좋다. 가히 힐링의 도시라 할 만하다. 강력한 규제가 만들어낸 공간의 분위기는, 분명 수십 년 후엔 엄청난 자산이 될 것이다. 이 공간이 품고 있는 무한한 잠재력이다.이런 영향으로 강화읍은 오랜 기간 답보 상태에 머물러야 했다. 하지만 이게 마냥 답보와 쇠락일 뿐일까. 규제에 묶인 건축 행위 제한이 이제 값진 자산으로 변모하는 중이다. 도시재생의 흔적과 성과가 곳곳에서 배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주말이면 복고 감성을 찾는 많은 인파로 붐비는 도시가 되었다.도시재생의 핵심은, 무엇보다 발길을 끌어들일 요인을 제공하고 있는가에 달려 있다. 강화읍은 도시재생의 이러한 핵심에 한 발짝 다가선 몇 안 되는 곳 중 하나다. 그것도 관이 아닌, 한 사업가의 기지와 창의가 빚어낸 성과다. 누가 주체인들, 결국 도시재생은 창의성에 달려 있다는 걸 증명한 셈이다.
방직기 소리 요란하던 공장들이 제 기능을 잃고, 발길 끊긴 적막의 시공간에 갇혀 버렸다. 몇은 폐가처럼 방치되었고, 몇은 건물 일부만 남아 번성하던 옛날을 회상할 뿐이었다. 이렇게 방치되던 공장 중 하나가 공간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으며, 나비효과를 불러일으킨다. 조양방직이 새로운 공간으로 탄생하면서부터다.결코 요란한 철거재개발이 아니었다. 옛 공장 건물을 그대로 보존한 채였다. 카페와 전시 등 전혀 다른 기능을 부여함으로써, 새로운 장소로 바꾸어 놓았을 뿐이다. 복고풍에 목마른 사람들이 몰려든다. 그러자 적막에 갇혀 있던 공간 곳곳에 활기가 돌기 시작한다. 더불어 강화를 찾는 사람들 발길이 머물다 간다. 차로 스쳐 지나기 바빴던 강화읍에, 머물 장소를 마련해 준 셈이다. 새로운 문화 공간의 탄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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