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에게 이름을 지어준다는 것 [반려인의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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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에게 이름을 지어준다는 것 [반려인의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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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을 불렀을 때 돌아보는 동물 가족의 작은 얼굴은 수천수만 번을 봐도 여전히 변함없는 감동을 준다. 자기를 부른다는 걸 알아듣기는 하겠지만, 세월이 아무리 흘러도 그들의 귀에는 의미를 독해할 수 없는 미지의 언어에 불과할 몇 개 음절. 📝 김영글 (미술작가)

나와 함께 사는 세 고양이의 이름은 나이 순서대로 요다, 모래, 녹두다. 이들은 모두 길에서 3월 내지 반년가량을 지내다 우리 집 식구가 된 뒤부터 지금의 이름으로 살고 있다. 고양이들의 이름은 아마도 내가 집에서 가장 자주 입에 올리는 단어일 것이다. 나는 그 이름을 밥이나 간식을 줄 때도 부르고, 가르치거나 혼내야 할 때도 부르고, 칭찬하거나 예뻐할 때도 부른다. 아무런 이유 없이 그냥 불러볼 때도 있다. 이름을 불렀을 때 돌아보는 동물 가족의 작은 얼굴은 수천수만 번을 봐도 여전히 변함없는 감동을 준다. 자기를 부른다는 걸 알아듣기는 하겠지만, 세월이 아무리 흘러도 그들의 귀에는 의미를 독해할 수 없는 미지의 언어에 불과할 몇 개 음절. 이따금 나는 그 낱말들을 혀 위에 가만히 굴려보며, 발음할수록 낯설어지는 이름이라는 언어의 묘미 앞에서 한참을 서성이곤 한다. 요다는 어릴 적부터 큼지막한 핑크빛 귀가 〈스타워즈〉의 요다 같았다. 녹두의 이름도 꽤 단순하게 지어졌다.

친구네 고양이 노랭이는 집 안과 집 밖 모두를 터전으로 삼는 자유로운 영혼의 고양이인데, 알고 보니 동네 사람들이 지어준 이름이 다 달랐다고 한다. 노랭이는 동네 초등학생 몇에게는 꽈배기, 어느 중학생에게는 감자라고 불리고 있었다. 이름을 많이 가진 것은 친구를 많이 가졌다는 뜻일지도 모른다. 이름에 대해 생각하노라면 늘 영화 〈버드박스〉가 떠오른다. 괴현상으로 사람들이 죽어가는 세상에서 맬러리는 갓 태어난 두 아이를 지키기 위해 몇 년간 고군분투한다. 그러나 언제 죽을지 모르는 위험 속에서 맬러리는 아이들에게 쉽게 이름을 지어주지 못하고 ‘보이’ ‘걸’이라고만 부른다. 고난 끝에 안전한 피난처에 도착한 뒤 맬러리가 처음으로 한 일은 비로소 아이들에게 이름을 지어주는 것이었다. 이름을 짓는다는 건 그저 호명을 위한 일이 아니라, 소중한 존재를 승인함으로써 세상과 나를 연결하는 마음의 동아줄을 꼭 쥐는 행위인지도 모른다. 사실 세상에는 이름을 가진 존재보다 이름 없는 존재가 더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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