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주신경성 실신, 엄마 얼굴이 피범벅이 되었다 미주신경성실신 천운 정초액땜 이정은 기자
기필코 늦잠을 자겠다는 작지만 원대한 다짐을 하고 잠자리에 들었던 밤이다. 불을 끄고 남편은 3분을 채 넘기지 못한 채 가볍게 코를 골기 시작했다. 나 역시 새벽부터 바쁘게 움직인 탓에 피곤했고, 이젠 정말 자야겠다는 마음으로 가장 낮은 밝기로 보던 핸드폰을 내려놓은 지 10분쯤 지났을 무렵. 핸드폰 진동이 울렸다.청춘의 밤엔 늦은 시간 걸려오는 전화가 설렘을 주었다면, 이제는 그것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떨림이 있다. 그 떨림은 아무리 애써도 예쁘게 포장되지 않는다. 말 그대로 가슴부터 철렁 내려앉게 만드니까. 더구나 발신인이 부모님이라면 말할 것도 없고 말이다. 일반적으로 우리의 예감은 높은 확률로 요리조리 잘 피해 가지만, 어쩜 그렇게 슬픈 예감은 과녁에 꽂히는 확률이 높은 것일까.
명절 당일 온 가족이 만나 기분 좋게 밥 먹고 점심 무렵 헤어졌다. 시가에서 나와 집으로 돌아오던 중 엄마와 마지막 통화를 하고 불과 3시간 남짓 지났을 뿐이다. 도대체 그사이 무슨 일이 일어난 건가.저녁에 기분 좋게 술 한 잔한 오빠와 올케 언니는 운전을 할 수 없었고, 어차피 병원엔 보호자가 여럿이 들어갈 수도 없는 상황이다. 병원에 오래 머물러야 할지도 모르는 일이라 남편은 두고 혼자 집을 나섰다. 무슨 정신으로 운전을 했는지 모르겠다. 늦은 밤, 쉴 새 없이 울리는 전화벨 소리와 고통을 호소하는 환자들의 소리, 그리고 바삐 움직이는 의료진들의 모습에 응급실은 대낮같이 정신 없지만 우리가 있는 곳은 마치 분리된 다른 차원의 공간처럼 시간이 멈춰버린 듯한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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