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는 공개된 법정이 아닌 판사 사무실에서 협의하자고 제안했다. 마치 미국 법정 드라마에서나 볼 법한 장면이다. 모든 공방이 법정에서 공개적으로 이뤄지는 한국 법원에서는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신문이 진행되는 게 적절하다고 생각합니다. 개별적 질문을 거부하는 이유를 듣는 게 맞습니다.”지난 7일 오후 정경심 동양대 교수 재판에서 남편 조국 전 장관에 대한 증인신문을 계속할지를 두고 이뤄진 대화다. 조 전 장관은 오전 공판에서 검사의 100여개 질문에 일일이 “형사소송법 148조에 따르겠다”고 답하며 증언을 거부했다. 검사와 변호인이 좀처럼 접점을 찾지 못하자, 재판부는 공개된 법정이 아닌 판사 사무실에서 협의하자고 제안한 것이다. 마치 미국 법정 드라마에서나 볼 법한 장면이다. 모든 공방이 법정에서 공개적으로 이뤄지는 한국 법원에서는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이날 공방은 변호인이 ‘포괄적 증언거부권’을 주장하며 벌어졌다. 증인이 모든 답변을 거부하는데 검사가 질문을 읽기만 하는 절차를 계속하는 것은 무용하다는 취지였다. 검찰은 재판부 지시에 따라 사생활 등 공소사실과 무관한 질문을 제외했으므로 증인신문이 진행돼야 한다고 맞섰다. 판사 사무실 협의가 약 25분간 진행된 뒤 법정에 복귀한 재판부는 “형사소송법상 증인은 개별 질문에 대한 답변을 거부할 권한이 있을 뿐”이라며 변호인 주장을 수용하지 않았다.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에게 뇌물을 받은 혐의로 2009년 기소됐던 한명숙 전 총리 재판에서도 비슷한 공방이 있었다. 피고인신문을 받게 된 한 전 총리 측이 검사에게 질문 자체를 하지 말라고 요구한 것이다. 재판부는 ‘피고인에게 신문할 권리’를 주장한 검찰 논리를 받아들였다. 이 사건 이후 전체가 아닌 개별 질문에 대해서만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실무례가 자리 잡았다.
조 전 장관이 제기한 포괄적 증언거부권 문제를 두고 법조계에서는 의견이 엇갈렸다. 양홍석 변호사는 “만약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건 재판에서 피의자인 삼성 임직원이 기소 우려 때문에 증언을 거부하는 경우 실체적 진실을 발견하기 위한 진술도 듣지 못할 수 있다”고 말했다. 모든 증인은 증언할 의무가 있다. 다만 형사소송법 148조에는 증인들이 본인이나 본인 친족이 유죄판결을 받을 우려가 있으면 증언을 거부할 수 있도록 한 예외 규정이 있다. 증인이 어떤 질문이 자신에게 불리한 질문인지 판단할 수 있는 사전 절차를 둬야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양 변호사는 “증언 거부의 범위를 판단할 수 있는 절차가 필요하다”며 “증언거부권 행사에 관한 절차를 개선하지 않으면 증언거부권이 형해화되거나, 아니면 증언 거부로 실체적 진실 발견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했다.가족 비리와 감찰 무마 의혹 사건 등으로 기소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지난 5월8일 오전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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