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소련이 손잡고 그은 선... 아직도 남한 곳곳에 있다 한국전쟁 휴전선 윤태옥 기자
휴전선과 38선은 다르다. 한국전쟁은 38선에서 시작했고 휴전선에서 멈춘 것이다.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강화 교동도에서 강원도 고성까지 휴전선 답사여행을 5박6일씩 두 번이나 하고 나서야 비로소 이 사실을 알아차렸다. 나의 현대사 지식이라고는 습자지보다 얇아 물 한 방울에도 구멍이 날 지경이었다.현재 군사분계선 남쪽의 38선 가운데 가장 서쪽은 경기도 연천군 백학면 마현리이다. 대한민국의 통치력이 미치는 영역, 곧 남한에서 38도의 서단은 동경 126도 80분에서 군사분계선과 만난다. 연천의 경순왕릉에서 서북서 방향으로 3.6킬로미터 정도 된다. 경순왕릉의 후면 펜스부터가 남방한계선이라 민간인은 접근할 수 없다. 일반 도로에서 38선 가장 서쪽은 연천군 장단면 원당리 255-1, 372번 도로의 어느 캠핑장 입구 부근이다.북위 38도임을 표시한 첫 번째 실물 표지는 이곳에서 멀지 않은 연천군 백학면 통구리 453-1에 있다. 371번 도로의 길가라서 찾기 쉽다.
소련군과 미군이 합의해서 세웠으니 미군이 한반도에 진주한 직후일 것이다. 미군 7사단을 태운 함정이 인천 앞바다 월미도 앞에 정박한 것이 1945년 9월 8일이고, 서울에 들어온 것이 그 다음날이었으니 이 표지가 설치된 것은 9월 중순 정도였을 것 같다. 미군보다 먼저 우리 땅에 진주한 소련군은 8월 27일 경원선과 경의선 철도를 중지시켰고 금천 신마 연천 평강 양양 등에 경비부대를 배치했다.남의 땅을 분단하는 선을 당사자에게 단 한 마디도 없이 찌익 긋고는 분계 표지를 당당하게 설치했다. 이렇게 점령군들이 합동으로 설치한 실물 표지 앞에서 미군이든 소련군이든 해방군인가 점령군인가 하는 토론이나 논쟁은 별 의미가 없다. 말로는 해방군으로 왔다고 해도 엄연한 점령군이다. 38선 표지가 설치되면서 미군과 소련군의 초소가 각각 세워졌을 것이다. 남북의 통행이 당장 차단된 것은 아니지만, 38선으로 남과 북이 구분된다는 것이 가시적으로 드러나기 시작했다.
9월 7일에는 미국 태평양 방면 육군총사령관 맥아더는 이라는 포고령 제1호를 발표했다. 북위 38도 이남의 조선영토와 조선인민에 대한 통치를 자신의 권한으로 시행하며, 점령군에 대한 반항행위나 질서를 교란하는 자는 엄벌에 처한다는 내용이다. 한국인들의 희망과는 달리 해방군이 아니라 점령군이란 것을 명시적으로 선언했다. 미군이 서울에 들어온 9월 9일, 진주군 사령관 하지는 조선총독 아베로부터 항복을 접수했고, 총독부 청사에는 오후 4시 반 일장기가 내려오고 성조기가 올라갔다. 이로서 미국의 군정 3년이 시작되었다. 강원도 김화읍에서 아이들은 자맥질을 하면 놀다가 일본의 항복방송이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아이들은 당장에는 무덤덤했으나 저녁이 되어서야 뭔가 크게 달라졌다는 것을 실감했다. 한 아이는 그날 저녁을 먹고 난 뒤 엄마가 '몸뻬'라고 하는 일본식 바지를 벗어던지고 흰 치마저고리로 갈아입는 게 의아스러웠다. 엄마를 따라 군청 앞 공터로 가보니 남녀노소 할 것 없이 거의 모두 흰색 한복을 입고 있다는 것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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