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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션 650팀, 2700편 영상... 온스테이지가 13년간 남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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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션 650팀, 2700편 영상... 온스테이지가 13년간 남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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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 음악의 교두보 '온스테이지', 11월 16일 서비스 종료

당신은 바쁜 일상에서 스쳐 지나간 들꽃의 얼굴을 전부 헤아릴 수 있는가. 무관심 속에서 피어나지 못한 채 조용히 스러져 간 꽃의 수는 얼마나 많았을까. 네이버 문화재단의 라이브 음악 플랫폼 '온스테이지'는 그 놓칠 법한 순간의 면면을 차곡히 기록하고 알리기 위해 2010년도에 출범한 지원 사업이다. '숨은 음악, 세상과 만나다'라는 캐치프레이즈답게 관심을 가지지 않으면 좀체 알기 힘든, 그런 숨겨진 인디 음악을 찾아내 발굴하고 조명한다.

마치 김춘수의 시 의 유명한 구절과도 같다. 온스테이지가 멈춰서서 '이름을 불러주'자 알려지지 않았던 많은 뮤지션들이 비로소 하나의 아름다운 '꽃'으로 만개했다.10월 12일, 블로그에 공지 하나가 게시된다."2023년 11월 16일, 마지막 숨은 음악을 소개하고 2010년부터 13년간 쉼 없이 돌아가던 카메라를 멈춥니다." 한국 인디 음악사의 동의어로 여겨지던 온스테이지가 이제 그 길었던 동행을 멈추고 관련 서비스를 종료한다는 소식이었다. 인디 신의 재능 있는 신인을 수면 위로 올려다 주고, 시대를 빛낸 여러 거장의 총명한 순간을 다시금 환기하며, 메이저 뮤지션에게는 음악성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장소를 제공하던 가장 큰 등용문이 닫힌 것이다.지난 온스테이지를 밟은 뮤지션은 약 650팀에 달한다. 각 장르와 분야별 전문성을 가진 기획의원단에 의해 선정된 만큼 다양한 스펙트럼의 인물이 오르내리며 이름을 알렸고 자기만의 개성과 색감으로 라이브 무대를 꾸며 나갔다. 원한다면 얼마든지 색다른 연출을 가미할 수도, 기존 이미지와 다른 무대를 선보일 수도 있다. 빅 비트 기반의 전자음악을 구사하는 키라라는 자체 제작한 모션그래픽 영상을 배경으로 형형색색의 도형 세계를 구축했고, 래퍼 차붐은 원곡과 달리 잡음이 그대로 섞인 야외 환경에서 어쿠스틱 한 대만으로 진행하는 독특한 방식을 취해 마치 길거리 시인의 거리 공연을 감상하는 듯한 분위기를 선보이며 큰 호평을 받았다. 무엇보다 온스테이지의 가치는 바로 '시간'과 '공간'이 투영된 기록이라는 점. 괜히 한국 대중음악사의 거대한 '아카이빙'이라 불리는 것이 아니다. 이들이 제작한 2700편이 넘는 영상이 존재하는 한 우리는 언제든지 현재 최고 인기를 누리는 뮤지션의 전성기 시절을 생생히 마주하고, 여건이 된다면 그들의 과거 신인 시절 풋풋한 면모까지 엿볼 수 있다. 오늘날 차트 저편에 무엇이 유행하는지 흐름을 체감할 수도, 아예 시대를 역행하며 우리가 누릴 수 없던 시제의 문화를 체득할 수도 있는 것이다. 2010년대 이후 음악사의 주요 챕터를 놓치는 부분이 있을지 걱정할 필요는 없다. 이들이 수확한 방대한 자료와 섭외 능력은 당신의 예상을 아득히 넘어설 테니.영상을 보는 것뿐만 아니라 댓글 창에 모여 다른 이들과 함께 담론을 나누고 공유하는 경험을 즐길 수 있다는 장점도 빼놓을 수 없다. 특유의 투박하고도 아날로그적인 감성에 젖거나 상징과도 같은 '사각형 무대' 위 감각적인 연출에 매료되어 음원 대신 온스테이지 영상을 마치 공연장처럼 찾아오는 이들이 심심치 않게 보이는 이유다. 이는 또 다른 소통과 진출의 공간으로 거듭난다. 많은 이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가수의 출연을 건의하기도, 동시에 많은 가수들이 자신을 홍보하기 위해 직접 지원하기도 한다.현상은 머무르지 않고 곧 실체가 되기도 했는데, 현재 가장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는 이날치의 '범 내려온다'가 그렇다. 동양과 서양의 문화가 과감히 섞인 모습. 베이스가 판소리가 한데 어우러지고, 갓을 쓰고 스니커즈를 신은 댄서들이 아이코닉한 조화를 이루며 배경을 가득 채운다. 이 하나의 무대가 각종 SNS와 커뮤니티에 큰 화제를 불러일으키면서 이윽고 이날치는 여러 단체의 홍보대사로 위촉, 대한민국의 멋을 대표하는 그룹으로 격상하기에 이른다. 과거 미국 공영 라디오 NPR가 운영하는 '타이니 데스크 콘서트'에 출연해 전 세계의 열띤 호응을 얻어낸 민요 록 밴드, 씽씽의 사례와 비교해 봐도 견줄 쾌거다.13년의 여정. 그동안 함께 걸으며 우리가 떠나보낼 수도 있던 들꽃에 하나하나 소중한 이름을 부여하던 온스테이지는 이제 곧 막을 내린다. 이제는 우리가 홀로 걸어가야 할 차례다. 하지만 이를 두고 인디 산업의 침체기가 오리라는 종말론 주장에는 결코 동의하고 싶지 않다. 사실 우리는 모두 정답을 알고 있다. 온에어 조명이 꺼져도 오래도록 온기가 남듯, 좋은 음악을 발굴하고자 하는 대중의 마음이 꺼지지 않는 한 새로운 갈래는 어떻게든 무수히 뻗어나가리라는 것을. 길이 잘 보이지 않더라도 괜찮다. 인디 음악을 넘어 대중가요의 오랜 창구가 되어주었던 온스테이지의 온화한 정신은 많은 이들의 기억 한편에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잡이를 제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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