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올해의 책으로 꼽은 출판인들은 무겁지 않게 풀어낸 작가의 유머 감각을 높이 샀다. 📖2022 행복한 책꽂이
문학의 인기가 도드라진 한 해였다. 출판인이 추천한 올해의 책 상위 10권 중 문학 분야가 절반을 차지했다. 최근 몇 년간 출판인이 응답한 〈시사IN〉 ‘행복한 책꽂이’ 목록을 보면 에세이나 사회비평서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문학작품은 소수에 그쳤다. 올해는 달랐다. 소설부터 시, 각본집까지 여러 문학 작품들이 2022년 올해의 책으로 이름을 올렸다. 신인 작가보다는 중견 작가가 주를 이뤘다. 출판인들의 압도적 추천을 받은 책은 정지아 작가의 〈아버지의 해방일지〉다. 딸의 시선에서 ‘전직 빨치산’ 아버지의 장례식 3일을 다뤘다. 남로당 출신 부모의 삶을 기록한 〈빨치산의 딸〉 출간으로 판매금지 조치를 겪었던 작가가 32년 만에 낸 장편소설이다. 이 책을 올해의 책으로 꼽은 출판인들은 무겁지 않게 풀어낸 작가의 유머 감각을 높이 샀다.
구형민 동녘출판사 편집자는 올해 주목한 출판계 이슈를 묻는 설문 항목에서 한 책을 언급한다. “곰출판이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로 메이저 출판사들의 책을 모두 밀어내고 베스트셀러 1위를 지킨 예처럼 1인 출판사들의 성장이 놀라운 한 해였다.”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국내서·번역서를 통틀어 가장 많은 출판인들의 추천을 받은 화제작이다. ‘명실상부한 올해의 책’ ‘소문난 잔치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라는 출판인들의 극찬이 쏟아졌다. 과학 저널리스트의 시점에서 1900년대 초 생물 분류학자인 데이비드 스타 조던의 생애를 좇는다. 전반부는 과학자에 대한 전기인 듯 보이나, 후반부로 갈수록 반전을 거듭한다. 온라인상에서 ‘아무 정보 없이 읽어야 이 책의 경이를 느낄 수 있다’는 입소문이 쌓이며 누적 15만 부가량 팔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