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운 여름에 생각나는 잔치국수, 눈물이 납니다 시절음식 엄마의음식 잔치국수 여름음식 김혜원 기자
이제 겨우 6월을 지나고 있을 뿐인데, 도시는 이미 화가 날 대로 난 모습을 하고 이글거린다. 6월의 날씨라고 하기엔 상식의 수준을 넘어선 지도 오래고. 살고 있는 이곳 대구가 다른 도시에서 느껴지는 열기와는 비교하기 힘들 만큼 더위에 특화돼 있다고는 하나, 매년 다가오는 습한 기운의 더위는 한더위가 오려면 한참을 기다려야 하는데도 미리 진을 빼기에 충분하다.
가난한 이들에게는 추위보다는 더위가 좀 더 낫다고들 하지만, 그것도 지역 나름 아닐까 싶다. 이글거리는 한낮의 태양이 분지를 한껏 달궈서 가둬버리는 이곳의 더위는, 한밤이 되어도 빠져나갈 곳을 찾지 못하고 고스란히 남아 있곤 한다. 그래서 언제나 도시는 찜통더위란 바로 이런 것이란 걸 증명이라도 하려는 듯 매일 사람들을 끓는 가마솥으로 몰아넣곤 했었다. 사정이 이러니 애초에 입맛이란 게 살아날 리 만무하지 않은가. 끼니는 그저 때우고 지나가기만 해도 고맙고 충분한 시절을 살면서도 먹거리를 절대 허투루 장만하지 않았던 엄마였다. 여름을 슬기롭게 받아들이면서도 최대한 훌훌 잘 넘어갈 수 있는 음식으로 '잔치국수'와 '상추 쌈밥', '오이 미역 냉국'을 정해 놓고 번갈아 가며 이 음식들을 상에 올리곤 하셨다."아이고 야이야, 여름에는 이만한기 없다, 국물이 싫으마는 국수만 건지무라. 김치 볶았는 거 하고 해가... 훌훌 넘기라."잔치국수는 우리 지역에선 건진 국수라 불리기도 한다. 서민음식의 대표주자라고만 알았던, 그래서 왠지 먹고 있으면 가난한 가족의 자화상을 들여다보는 것 같아 꺼리게 됐던 음식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 국수가 실은 혼례를 치르고 잔치를 하게 되는 날 사람들을 귀히 대접하던 음식이어서 '잔치국수'라고 불린다는 건 고등학교 무렵에나 알게 됐다.
스테인리스 냉면 그릇마다 국수를 투박한 손으로 일인분씩 돌돌 말아 담은 다음 차가워진 육수를 붓고 세상 간단한 고명을 올리면 한 끼의 식사가 마련되는 거다. 아, 물론 숙성된 집 간장에 매운 고추를 썰어 넣고 고춧가루, 참기름, 그리고 마늘과 통깨를 듬뿍 넣어 만든 양념장도 빠지면 섭섭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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