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연기 인생에서 가장 어려운 일이었다'고 엠마 톰슨은 말했습니다.\r배우 엠마톰슨 영화
모든 것이 산산이 무너질 때, 라는 제목의 책이 있습니다. 미국인 여성으로 티벳베트에서 승려가 된 페마 쵸드론이 썼는데, 부제가 ‘희망과 두려움을 걷어내고 삶의 맨 얼굴과 직면하는 22가지 지혜’입니다. 읽긴 했어도 독자인 저의 부족함 탓으로 헛된 희망과 끈질긴 두려움은 여전합니다. 이 배우의 이 영화 소식을 듣고, 이 책이 떠올랐습니다. 엠마 톰슨의 최신작 ‘굿 럭 투 유, 레오 그란데’ 입니다.
사실 이 영화에 대해 기사를 쓸까 말까 고민했습니다. 줄거리가 오해를 사고 악플을 부르기에 딱 좋기 때문입니다. 낸시라는 이름의 평범한 60대 여성이 있습니다. 교사로, 아이들의 엄마로 교회에도 열심히 다니며 반듯한 삶을 살아왔다고 자부하죠. 그러나 남편의 사망을 계기로 그의 모든 것이 산산이 무너집니다. 자신이 키운 아이들은 엇나가지는 않지만 의존적이며 진취적이지 않고, 자신의 여성으로서의 삶 역시 무미건조했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성적인 측면에서 말이죠. 자신이 오르가즘을 한 번도 느껴본 적이 없다는 사실에 아연합니다. 더 늦기 전에 조치를 취하기로, 행동에 나서기로 결심을 하죠. 지금까지 전혀 해본 적도 없고, 그렇게 하는 이들을 비웃고 비판했던 일을 하기로. 젊은 남성에게 돈을 지불하고 관계를 갖는 겁니다. 네, 성매매죠. 여성 감독이 만든 이 영화는, 또 이 기사는 성매매를 권장하지 않습니다. 영화의 스토리는 낸시라는 여성이 자기 삶의 의미와 쾌락을 스스로 찾아나가는 여정을 그립니다. 그 과정에서 아시아뿐 아니라 미국과 유럽에서도 아직까지 꺼리는 분위기가 강한 여성의 성을 매개로 삼은 것이죠. 자기 삶의 민낯과 직면하기 위해 자신의 맨몸을 마주하는 겁니다.배우 역시 과감합니다. 1959년생으로 올해 63세인 엠마 톰슨이 누드로 등장합니다.
이 영화는 톰슨에게도 여러모로 용감하고 혁신적이었을 겁니다. NYT도 적었지만 톰슨은 지금까지 역할은 다양했을지언정 이 영화의 낸시처럼 감정적으로 연약한 캐릭터와는 거리가 있었으니까요. 작가 제인 오스틴의 동명 원작을 스크린으로 옮긴 ‘센스 앤 센서빌리티’의 언니 역할에서도 이성을 중시하는 캐릭터였고, '남아있는 나날들'의 절제력 있는 여성 집사, 근작 ‘크루엘라’에서는 강인한 악녀 역을 소화했습니다. NYT는 “두 번의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받은 이 배우에게 감정적이고도 육체적인 연약함이란 익숙하지 않은 것이었다”고 썼습니다.북미권에서만 서비스 중인 스트리밍 플랫폼에서 개봉하는 터라 한국에서 언제 볼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이지만, 이런 용감한 영화가 메인스트림에서 더 많이 쏟아져 나왔으면 합니다. 재미있는 것 한 가지. 자신의 그야말로 모든 걸 드러낸 톰슨은 NYT와의 화상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는군요.전수진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