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 선택 과정에서 본인의 취향을 찾아 나아가는 것은 시뮬레이션 과잉 시대에 살아가는 우리에게 필요한 과정입니다.
매장을 처음 방문하는 고객 가운데 맥주를 추천해 달라는 이들이 종종 있다. 메뉴에 맥주 이름과 스타일 그리고 설명이 있음에도 주인장 추천 맥주가 더 미더운 모양이다. 그럴 때마다 대답은 똑같다. '맥주는 취향입니다. 천천히 메뉴를 읽어보신 후 골라보세요. 만약 시음을 원하시면 해드리겠습니다.' 이렇게 말씀드리면 시간이 걸리더라도 고객들은 맥주를 고르고 주문을 한다. 그리고 대부분 추가 요구 없이 자신의 선택에 만족하고 결과를 받아들인다. 저자 송길영은 우리 사회 특징으로 ' 시뮬레이션 과잉'을 꼽았다. 불안정한 시대 속에서 불안감을 잠재우려 수많은 시뮬레이션 을 시도한다는 것이다. 취업을 위해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제시하는 스펙을 쌓거나 대입 모의 지원을 통해 실시간으로 자신의 위치를 확인하려 한다. 부동산이나 주식 투자 심지어 여행 코스를 계획하는데도 유튜브 크리에이터들의 정보를 토대로 시뮬레이션 을 한다. 식당 방문이나 배달 음식 주문에도 인터넷 추천 수가 기준이 되고 있다.
모두 불확실성을 피하고 최소한의 노력으로 결과를 얻으려는 행태다. 맥주 시장에도 예외가 없다. 다양한 수입 맥주와 크래프트 맥주가 등장한 요즘, 맥주 선택에 누군가의 추천을 받으려는 모습은 자연스러워 보인다. 예전 호프집 맥주는 단순했다. 한두 종류의 대기업 라거를 고르는데 굳이 고민이 필요 없었다. 호프집에서 취향은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 이전에 없던 맥주 추천이 많아졌다는 것은 맥주 한 잔에도 도전이 필요하다는 것을 방증한다. 도전은 취향의 세계로 떠나는 첫 관문이다. 도전과 실패가 쌓여야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알 수 있다. 결과를 오롯이 들여다보고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취향이라는 궁극의 답을 얻는다. 취향을 아는 것은 나를 아는 것 시뮬레이션 과잉의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는 그동안 취향을 밝히는 데 소극적이었다. '나'는 사라지고 다수의 의견에 묻어가는 안전한 선택에 익숙해져 있었다. 하지만 시대가 변하고 있다. 가장 비근한 예가 이번 탄핵 집회다. 수많은 젊은이들이 자신이 옳다고 믿는 바를 표현하려 광장에 나왔다. 기성세대와 달리 자신의 방식과 취향을 드러내는데 주저함이 없었다. 지연과 학연이 중심이던 커뮤니티도 이제 취미와 취향을 공유하는 방향으로 진화되고 있다. 예를 들어 맥주를 좋아해서 모인 커뮤니티에서는 상대방의 직업이나 성별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 맥주 정보와 경험도 취향에 근거한다는 사실을 전제로 공유된다. 그럼에도 나의 취향이 무엇일까 고민하는 사람들이 많다. 특히 중장년층에게 취향은 생소한 분야다. 40대 이상 연령층에서 골프를 취미로 착각하는 이유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50이 되어서야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는 '오십춘기' 이야기도 더 이상 웃을 일이 아니다. 취향을 고심하기 시작하는 사람에게 맥주는 좋은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우선 스타일이 다양하다. 다른 술에 비해 맥주는 많은 재료를 품고 있다. 재료들은 양조사의 아이디어와 양조 과정에서 수많은 스타일을 낳는다. 예를 들어 쓴맛과 향을 부여하는 홉의 종류는 무려 200가지가 넘는다. 넣는 양과 타이밍, 조합에 따라 맥주 향미는 무궁무진해진다. 효모의 종류도 셀 수 없다. 배양효모를 넘어 야생에 존재하는 효모와 젖산균 같은 박테리아는 맥주 향미에 끝없는 복잡성을 부여한다. 게다가 각종 과일, 허브, 향신료, 꿀, 바닐라 빈 등은 특별함까지 더해준다. 스타일이 많다는 의미는 나의 취향을 세세하고 섬세하게 찾을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전통적인 라거 맥주부터 밀 맥주 바이스비어, 신맛이 도드라지는 람빅, 에스테르 향이 특징인 영국 에일, 수도원 맥주에서 파생된 트라피스트 에일, 열대과일 향이 폭발하는 미국 인디아 페일 에일(IPA), 오크통 숙성을 거친 임페리얼 스타우트까지 그 수는 100여 가지가 훌쩍 넘는다. 맥주는 다른 술에 비해 가격적인 부담도 덜하다. 첫걸음이 경쾌해야 끝까지 갈 수 있다. 취향을 향한 도전에 주머니가 가벼워지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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