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 십정동에 살 때, 해님방에서 영어교실과 한글교실이 열렸다. 영어교실은 이소희 선생님, 한글교실은 신소영 선생님이 담임이셨다. 하루는 영어 담임 선생님이 우리 집에 오셔서 박순분 님은 필히 영어교실에 들어오셔야 한다고 협박성(?) 엄포를 놓고 돌아가셨다. 영어라고는 A, B, C만 알았던 터라 배우고는 싶었...
오래 전 십정동에 살 때, 해님방에서 영어교실과 한글교실이 열렸다. 영어교실은 이소희 선생님, 한글교실은 신소영 선생님이 담임이셨다. 하루는 영어 담임 선생님이 우리 집에 오셔서 박순분 님은 필히 영어교실에 들어오셔야 한다고 협박성 엄포를 놓고 돌아가셨다. 영어라고는 A, B, C만 알았던 터라 배우고는 싶었는데, 일주일에 두 번, 두 시간씩 공부하러 다닐 시간을 빼는 것이 문제였다.
그래도 일거리가 엄청 많은 동네는 아니니까, 시간만 잘 조절하면 될 것 같았다. APT가 무엇인지, 롸이스가 무엇인지, 라디오 켜고 끄는 것, 소리 키우고 줄이는 것, 간판들의 영어 표기, coffee 저게 무슨 말인지, 무엇을 파는 곳인지. 나중에 그 이유를 우리 옆집에 사시는 아주머니 이야기를 통해 가늠할 수 있었다. 그분은 한글을 모르시는데, 해님방에 한글 배우러 가시라 말씀드렸더니, 너무 가까운 곳에 한글을 배우러 가면 본인이 까막눈인 것이 동네에 다 알려져서 창피하니까 좀 떨어진 다른 마을에서 한글 공부하면 갈 수 있겠다는 이야기였다. 아마 그런 이유로 먼 동네까지 와서 한글을 배우게 된 것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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