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벌에 쏘여 죽을 뻔한 소년이 풀어놓는 신비로운 이야기

이병일 작가는 젊다. 그의 글을 읽어 보면 훨씬 윗세대에 있을 법한 이야기라서 이렇게 첨언을 하게 된다. 은 이병일 작가의 첫 산문집이다. 그동안 작가는 , 등 다수의 시집을 발표했다. 풍경이 신화가 되게 만드는 상상력 이 작가는 평범한 ...

이병일 작가는 젊다. 그의 글을 읽어 보면 훨씬 윗세대에 있을 법한 이야기라서 이렇게 첨언을 하게 된다. 은 이병일 작가의 첫 산문집이다. 그동안 작가는 , 등 다수의 시집을 발표했다.이 작가는 평범한 일상을 신화 속 이야기처럼 신비롭게 한다. 지리산 자락, 섬진강 물결 따라 진안에서 펼쳐지는 소박한 생활은 고난과 궁핍이 아니라 신비와 강렬함이다. 그래서 집을 에워싸고 있던 담장도 장터에 가는 시인을 따라왔다가"괜히 왔다 간다"라고 고분고분한 백구 꼬리에 붙어 다시 집에 돌아오기도 한단다.마을에 있는 밤나무 숲에서 가장 늙은 나무는 죽음이 가까워져 속이 비어 가고 있었다. 그런데 그 빈 공간에 벌집이 생기면서 나무는 다시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어 어느 날 밤송이를 떨어뜨렸다."밤나무에 귀를 대면 아주 작은 숨 혹은 자글자글 꿀 녹는 소리가 들려왔다. 밤나무는 달항아리 하나 들여놓기 위해 백 년이 걸린 셈이다.

"우리 집 돼지들은 분홍빛이었고, 지푸라기 덤불을 좋아했으며 코를 흥얼거리면서 음악을 들을 줄도 알았다. 일광욕도 할 줄 알았다. 멋진 돼지들과 함께하면 나도 멋진 기분이 들었다. 그 누구보다 나랑 통했던 동물들은 나를 특별하게 만들어줬다. 그렇게 나는 돼지 아닌 돼지의 오빠나 형이 되어가고 있었는데" "살가죽과 눈꺼풀이 주는 잠을 이겨내면서, 어머니는 물속에서 침묵하는 법으로 아이를 낳았다. 봄빛이 자리를 그늘 쪽으로 옮겨 앉듯 어머니는 세상에 나가는 법을 강물 속에서 익혔다." 농가에서 특별한 대접을 받는 칡소를 아버지는 무척 아끼셨다고 한다. 칡소가 죽으면 기꺼이 장례를 치러 줄 것이라고 말하는 아버지는 칡소가 혀로 얼굴을 핥아도 가만히 있었다고 한다. 자연이 사람보다 더 다정한 친구가 되는 산골에서 칡소는 가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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