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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도서관에서 만난 두 교사의 우정과 권정생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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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도서관에서 만난 두 교사의 우정과 권정생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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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도서관을 둘러보며 발견한 이오덕 선생님과 권정생 선생님의 편지와 투병 일기를 통해 교육가로서의 삶과 글쓰기 교육의 철학을 되돌아본 이야기. 두 사람의 우정과 선생님의 역할에 대한 감동이 가득하다.

마산 도서관 이곳저곳을 둘러보다 큰글씨 서고에 다다랐을 때였다. 를 보고 반가운 마음에 단숨에 책을 집어 들었다. 두 분이 가장 활발하게 활동했던 시기, 나는 교직에 첫발을 내디뎠다. 당시 밤새워 밑줄 치며 읽었던 책 중 하나가 바로 였다.

'좋은 스승'이 되어야겠다는 다짐을 심어준 분이 이오덕 선생님이다. 그때 이오덕 선생님은 내게 꼬장꼬장한 교사이자 관리자였고 남편의 모습이었다. 학교를 순시하다 보게 된, 난롯가에 모여 앉아 수다를 떨며 아이들을 돌보지 않는 교사들을 개탄해 마지않았던 이오덕 선생님의 꼿꼿한 지조가 떠오른다. 자신이나 가족을 미화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용기에 큰 감명을 받았다.

나도 저런 우뚝 선 교사가 되어야지 다짐했던 기억이 선명해, 없는 시간을 쪼개어 이 책을 읽어 내려갔다. 두 선생님이 주고 받은 편지 거의 370쪽이 넘는 방대한 양의 편지 속에는 권정생 선생님과 이오덕 선생님이 어떤 마음으로 그 시대를 살아내고 아동문학을 대했는지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가슴이 뭉클했다. 특히 글을 생존의 유일한 도구로 삼았던 권정생 선생님의 투병 일기 같은 편지, 그리고 그의 재능을 알아보고 친동기보다 살갑게 세상에 알리려 애쓴 이오덕 선생님.

두 분이 나눈 우정의 무게 앞에서 나는 부끄러워졌다. 후배를 위해 이토록 애쓰시다니, 내가 알던 모습보다 훨씬 더 다정하고 멋진 분이셨다. 살아 있는 성자 권정생 선생님이 결핵으로 고통받으면서도 훌륭한 동화와 동시를 남길 수 있었던 배경에는 이런 든든한 버팀목이 있었다. AD "글쓰기 교육은 아이들에게 글재주를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의 바른 삶을 가꾸는 것"이라는 이오덕 선생님의 철학은, 삶이 곧 배움이라는 요즘 교육계의 풍조와 맞닿아 있다.

책에서"어린이의 글은 소박한 느낌과 생각을 그들의 말로 쓰는 것"이라 했던 대목이 인상적이었다. 당시 수학 교사였던 내가 할 수 있는 아이들 글쓰기 지도는 '일기'였다. 매일 아침 일기를 걷어 쉬는 시간마다 읽으며 아이들의 마음을 들여다보려 했다. 한 학급 인원이 50~60명이던 시절, 점심시간까지 다 할애해도 늘 바빴지만 삶에서 우러나오는 글쓰기를 이끌어내려 애썼던 기억이 난다.

그 노력이 아이들에게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는 지금도 알지 못하지만 말이다. 권정생 선생님의 는 가난과 전쟁으로 얼룩진 세상을 꿋꿋하게 살아낸 몽실이 이야기로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읽던 베스트셀러였다. 나도 감동하며 읽었고, 학급 아이들에게도 적극 권했다. 어머니에게 전해 들은 이야기를 소설로 쓴 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그토록 결핵으로 고통받는 와중에 그런 맑은 동화를 쓰셨는지는 알지 못했다. 요 며칠 편지를 읽으며 그가 어떤 마음과 상황에서 글을 썼는지 알게 되었다. 편지글 한 대목 한 대목이 절박했고, 내 글쓰기에 경종을 울렸다.

'나의 글쓰기에도 이런 절박함이 있는가? ' '건강하게 살아 있는 나의 책무는 무엇인가? ' 이오덕 선생님이 권정생 선생님을 참으로 아꼈다는 것, 그리고 권정생 선생님은 이오덕 선생님을 친형처럼 의지했다는 것을 활자 너머로 느낄 수 있었다. 나 또한 이 시대의 선배로서 누군가에게 힘을 주는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일은 문득 생각나는 후배 교사들에게 안부 전화를 걸어보려 한다. 거창한 격려 대신, 그들의 자리를 가만히 지지해 주는 선배가 되고 싶다는 마음이 일어서다. 참으로 아름다운 동행이었다. 나도 누군가와 이런 아름다운 동행을 만들고 싶다.

"우리는 선생님 안 계시는 데서는 '고집불통 선생님', '독불장군 선생님' 이렇게 흉도 보고 짜증도 내었습니다. '선생님 그게 아닙니다. 김 선생 말도 맞고 박 선생 말도 맞다고 봅니다.

' 그렇게 딴소리를 들으면 금방 꾸지람이 날아왔습니다. " 생전에 이오덕 선생님도 흉을 잡히고 짜증의 대상이 되는 사람이었다는 대목에서 묘한 위안을 받았다. 훗날 단 한 사람에게라도 '그래도 참 고마웠던 사람'이라는 평을 들을 수 있다면 꽤 괜찮은 삶이 아닐까.

"가르친다는 것은 신념을 불어넣어 주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선 여러 가지 방법이 있겠지요. 궁극에 가서는 행동으로 앞장서는 것이 진정한 스승입니다.

"한 살인 강도가 있었다면 그건 그 사회 모두 공동 책임이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 "되도록 농민들도 쉽게 읽고 이해할 수 있는 글을 쓰려고 했지만 쉬운 글은 더욱 어려운 것 같습니다. 이젠 글조차 쓰기 전에 좌절부터 생깁니다. 역사를 밝히고 인간을 살리는 글이라면 평생을 바쳐서 써야 하리라 믿습니다.

" 이토록 치열하게 자기를 검열했던, 이 시대를 온몸으로 살아내었던 권정생 선생님이었기에 그토록 감동적인 글을 쓸 수 있었음을 깨달으며, 가만히 나의 글쓰기를 돌아보았다. 날씨가 풀려 지내기가 나아졌습니다. 그러나 전보다 누워있는 시간이 더 길어졌습니다. 어쩔 수 없는 일이지요.

무엇보다 글을 쓸 수 없는 것이 더 할 수 없이 괴롭습니다 . 글을 쓰고 싶어도 앉아 있을 힘조차 없어, 병마의 고통으로 글을 쓸 수 없어, 아픈 것은 괜찮은데 글을 쓸 수 없어 너무 속상해하는 권정생 선생님을 생각하니 지금의 나는 너무도 호사스럽다. 그런데도 제 글쓰기에 대한 성찰 없이 마구 쓰기만 하니 부끄럽기 한량없다.

"어디 돈을 빌려서라도 약을 잡수시면 제가 가서 갚겠습니다. 그렇게 쇠약하신데도 책을 읽고 싶어 하시니 저 자신이 한없이 부끄럽게 반성됩니다.

" "어쩌다 보니 겨울 동안 많은 낭비를 한 것 같습니다. 무연탄도 전보다 꼭 갑절을 소비시켰으니까요. 5천 원만 보내주세요.

선생님께 빚진 것 아무래도 갚을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 갚을 수 없을 줄 알면서도 돈을 보내달라 말할 수 있는 단 한 사람. 그 사람에게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돈을 보내고, 그의 건강을 염려하고, 그의 귀찮고 복잡한 출판의 일들을 도맡아 기꺼이 해 주는 사람. 두 사람 모두 복된 삶이었다. 누가 베풀고 받았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럴 수 있는 관계 자체가 눈부시게 아름답다.

"정우가 저녁에 와서 말했다. _권 선생님한테서 전화가 왔는데요 이렇게 말해요. 아버지 밥 못 잡수신다고 하거든 좀 야단쳐. 약이고 주사고 다 소용없어.

밥 안 먹으면 안 돼. 정우 말 듣고 눈물이 났다. 권 선생이 지금까지 그렇게 내 곁에 있는 줄 몰랐다.

" 이오덕 선생님이 돌아가시기 두어 달 전 쓴 시를 읽다가 나는 참았던 눈물을 끝내 쏟아내고 말았다. 텅 빈 집 안을 채우던 그 먹먹함을 오롯이 대면할 수 있어서, 오히려 다행이었는지 모른다. 늘 병마에 시달리던 권정생 선생님은 이오덕 선생님보다 4년을 더 살고 세상을 떠났다.

떠나면서 그는 자신의 모든 저작권을 어린이들을 위해서 써 달라 유언하며 좀 낭만적으로 죽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오덕 선생님은 암 판정을 받았으나 일절 검사도 치료도 받지 않고 평소처럼 일기를 쓰고 시를 쓰며 하루하루를 살다 갔다. 책의 마지막 장을 덮으니 마치 영화 크레딧이 올라가는 듯한 착각이 들며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과거에는 그저 그분들의 책만 읽었지, 저자의 삶이 어떠한지 깊이 들여다볼 기회가 없었다.

내가 아꼈던 책의 작가님들이 이토록 애틋하게 교류하며, 순수함 속에서 치열하게 그 시대를 살아오셨다는 사실이 존경스럽다. 두 분의 아름다운 동행을 바라보며, 나 또한 내게 남겨진 삶의 자리를 어떻게 채워나가야 할지 가만히 되짚어본다. 활자가 던진 질문이 길게 여운을 남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기자의 브런치, 블로그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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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도서관 권정생 이오덕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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