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슐랭 우수업소 칼국수 식당에서 로봇 서빙을 경험하며, 맛은 좋지만 서비스의 정감 부족과 불안감, 앞으로의 사회 변화에 대한 걱정을 솔직하게 털어놓는 기사.
얼마 전 시내에 들러 칼국수를 먹었다. 제법 유명하다는 곳이다. 직원이 주문을 받더니 5분도 안돼 로봇이 우리가 앉은 테이블 옆으로 왔다. 로봇 선반에는 김이 모락모락 나는 칼국수 두 그릇이 놓여있었다. 조금 후 직원이 달려와 로봇이 가져온 칼국수를 우리 테이블로 옮겨주었다. 그리고 로봇은 주방 쪽으로 되돌아갔다. 이처럼 로봇 두 세대가 직원들을 대신해 음식을 부지런히 나르고 있었다. 고객의 주문을 받아 직원이 무선으로 주방에 통보하면 로봇이 테이블 앞이나 근처로 오면 직원들이 음식을 고객에게 옮겨주는 식이다. 이동로봇이 식당에서 서빙한 지 벌써 오래됐다고 한다. 미래를 예측할 수 없지만 발전하면 로봇이 자기 팔로 직접 고객 테이블에 음식을 건네주고 감사하다는 말과 인사도 할 것으로 짐작된다. 우리 부부는 로봇이 갖다 준 칼국수를 인간로봇(?)처럼 허겁지겁 먹었다. 음미하면서 먹는다는 기분은 전혀 없었다.
한편 내 옆 테이블에는 대만 관광객으로 보이는 손님들이 10여분 동안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그새 로봇들은 셀 수 없이 그들 옆을 지나가고 있었다. 알고 보니 홀에 근무하는 직원이 그 관광객의 음식 주문을 받지 않고 깜빡 잊은 것이었다. 로봇만 믿고 손님의 응대와 주문을 소홀히 한 결과이다. 음식 주문과 별도로 로봇은 시키는 대로만 움직였다. 로봇은 주방에서 올려준 음식과 빈 그릇을 나르는 용도로 쓰이고 있다. 따라서 로봇에게 친절은 고사하고 고객의 반응이나 소통을 전달할 방법이 없다. 그런데도 홀에는 손님들이 적지 않았다. 오가는 고객들이 부딪칠까 로봇을 피해 다닐 정도다. 이런 광경을 지켜보는 나는 왠지 불안하고 걱정이 앞섰다. 얼굴을 살피니 아내도 나와 비슷한 느낌인 것 같았지만 말을 아끼는 것 같았다. 입맛에 맞아 어쩔 수 없이 이곳을 찾았지만, 우리 부부의 표정은 어두웠다. 식당을 나오면서 어수선한 분위기 탓인지 어딘가 찜찜하고 개운하지가 않았다. 물론 음식만 좋으면 됐지 그 외 서비스는 바라지 않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뭇사람은 내가 괜한 것에 시비를 건다고 할지도 모르겠다. 나는 아내에게 솔직히 말했다. 로봇이 서빙하는 곳은 정감이 없고 어쩐지 거북하다고 했다. 처음에는 로봇이 음식을 나르고 이동하는 것이 신기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계속 로봇이 음식을 갖다 주면, 사람이 하는 일은 점차 사라지고 고객이 셀프 배식에 나서야 할지도 모를 일이다. 이 식당은 몇 년 동안 미슐랭 우수업소라는 팻말을 달고 있다. 사람들도 전문가들도 인정한 '맛집'이라는 소리다. 그러나 나는 견해가 조금 다르다. 유명업소라면 로봇서빙과는 거리를 두어야 하지 않을까. 언젠가 통닭을 기름에 튀기는 작업을 로봇팔이 하는 걸 본 적이 있다. 식당 주방에 공장 자동화 시스템을 도입한 것이다. 로봇이 주방에서처럼 기능적인 일을 수행할 수 있어도 감정을 가진 인간이 수행하는 서비스는 대신할 수 없다. 식당에서 인건비와 효율을 앞세워 음식을 서빙하는 역할을 로봇에게 맡기는 건 아직은 시기상조라고 보였다. 진정한 음식 서비스는 친절한 응대에서 시작되고 끝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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