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글래스고의 지난 금요일(8일, 현지시각) 밤거리는 우리가 사는 마을과 확연히 달랐다. 강 사이를 두고 반짝이는 집들의 불빛이 화려했고 늦게까지 문을 연 펍에서는 라이브 음악이 새어 나오고 있었다. 술 마시고 비틀거리거나 욕하며 고함치는 소리까지 몇 배나 사나웠다. 두 딸을 데리고 이곳을 나온 이상 나는 도시...
영국 글래스고의 지난 금요일 밤거리는 우리가 사는 마을과 확연히 달랐다. 강 사이를 두고 반짝이는 집들의 불빛이 화려했고 늦게까지 문을 연 펍에서는 라이브 음악이 새어 나오고 있었다. 술 마시고 비틀거리거나 욕하며 고함치는 소리까지 몇 배나 사나웠다. 두 딸을 데리고 이곳을 나온 이상 나는 도시의 밤 주정으로부터 아이들을 보호해야 했다.버스 정류장에는 한 다섯 명의 젊은 아이들이 어슬렁거렸고 내가 지나가자 동양인을 비하하는 '칭챙총창' 중국말을 흉내 내면서 비웃기도 했다. 오후 여섯 시 반이었지만 짙은 어둠이 깊게 내려와 싸늘한 바람이 소매 사이로 파고들었다. 조금 더 걷다 보니 가로 불빛 밑으로 뱀처럼 길게 늘어진 줄이 보았다. 드디어 도착했다. O2 아카데미 공연장.내 생에 유명한 가수의 공연을 본 건 국민학교 시절의 김건모와 대학교 때 유승준이 전부였다. 이번이 세 번째 공연인 셈이다. 그리프는 영국의 싱어송라이터이자 프로듀서, 디자이너다.
공연에 앞서 아지아라는 가수가 30분 동안 오프닝 공연을 선보였다. 오프닝이 끝난 후 콩나물시루가 된 사람들은 지루하게 또 다음 공연을 어떻게 기다리나 싶어 하는 듯 했다. 이내 테일러 스위프트의 노래가 흘러 나오자 절로 몸이 움직였다. 마치 공연장에 거대한 물결이 일어나는 듯 팬들의 일렁거림이 느껴질 정도였다. 오랫동안 서서 그리프를 기다리는 건 설레기도 했지만 허리가 아파와 힘들었다. 좁은 공간에서 예쁜 드레스를 입고 앉았다 일어나기를 반복했다. 9시가 조금 넘자 드디어 기다리던 그리프가 등장했다. 'Vertigo'라는 첫 곡이 시작되자 사람들은 귀가 떨어져 나갈 정도로 소리를 질렀다. 놀랍게도 그리프의 목소리가 내 귀에 선명하게 닿았다. 그녀의 목소리는 연한 청록색의 피스타치오 아이스크림을 떠오르게 했다. 독특한 피스타치오의 향이 입안 가득 퍼지면서 오드득 씹히는 견과 같은 목소리다. 무엇보다도 부드럽고 달콤해서 한 입 더 먹고 싶게 되는 목소리가 귀에 박혔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곡은 'I miss me too'라는 곡인데 '예전의 내가 그립다'라는 내용이 담겨있다. 마지막 구절에서는 어떻게 저런 작은 몸에서 이런 목소리가 흘러나올까 싶을 정도였다. 그리프는 관객 모두의 눈을 하나하나 맞추려는 했다. 모든 곡을 다 부르고는 아이처럼 제자리에서 펄쩍펄쩍 뛰더니"와 주셔서 감사하다"며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 23살의 청년 그리프. 참으로 빛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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