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농장서 숨진 태국인 근로자… 돈사 입구 곰팡이방에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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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가 있는 돈사 출입문을 열고 들어가자 코를 찌르는 돼지 배설물 냄새와 유독가스 때문에 숨을 쉬기 힘들 정도였다”

경기 포천시의 한 돼지농장에서 숨진 뒤 인근 야산에 유기된 태국인 근로자의 숙소 모습. 한눈에 봐도 열악한 환경이다. 김달성 포천이주노동자센터 대표 제공김달성 포천이주노동자센터 대표는 7일 최근 숨진 60대 태국인 근로자 A씨의 숙소를 공개했다. 김 대표가 공개한 사진 등에 따르면 A씨는 돈사와 붙어 있는 샌드위치 패널 구조에 한 명이 눕기도 좁은 방 안에 살았다. 방 내부에는 곰팡이가 피어 있었고, 장판도 들떠 정상적 생활이 어려울 정도였다. 난방 시설도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았다. 흙바닥에 낡은 조리기구들이 있는 주방 공간도 비위생적이었다.

김 대표는 “A씨 숙소는 짐승 우리만도 못했다”며 고 밝혔다. 그는 “A씨의 사인이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고인이 10년 동안 농장에서 일한 만큼 고인의 사망과 열악한 근로 환경과의 인과관계를 철저하게 조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찰도 포천시와 함께 A씨가 거주했던 숙소를 직접 방문해 주거 환경과 A씨 사망 관련성을 조사할 방침이다. 경기 포천시의 한 돼지농장에서 숨진 뒤 인근 야산에 유기된 태국인 근로자의 숙소 주방. 먼지 날리는 흙바닥에 낡은 주방기구들이 있는 공간은 한눈에 봐도 열악하기 짝이 없다. 김달성 포천이주노동자센터 대표 제공

경찰은 이날 A씨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농장주 B씨를 구속했다. B씨는 지난달 말 자신의 농장 숙소에서 숨진 A씨 시신을 트랙터를 이용해 인근 야산에 유기한 혐의를 받는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 결과, A씨 시신에선 현재까지 타살 혐의점은 발견되지 않았다. 숨진 A씨는 10년 가까이 해당 농장에서 농장주와 단둘이 일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 농장은 돼지 1,000여 마리를 사육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B씨가 불법체류자 신분인 A씨를 장기간 고용한 사실이 들통날 것을 우려해 시신을 유기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경위를 파악 중이다”라며 “고용노동부를 통해 폭행이나 임금체불 여부도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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