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국회, 8년 전 미래를 예고한 침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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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국회, 8년 전 미래를 예고한 침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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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미디어법안 논란 당시의 정치 상황은 지금의 여론 분열과 극단적 대립으로 이어졌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고정애 중앙SUNDAY 편집국장 때론 곱씹게 되는 장면이 있는데, 2009년 7월 ‘ 동물국회 ’입니다. 미디어법안 을 두고 여야가 전쟁을 벌였습니다. 중년의 의원들이 날아다니고 본회의장 출입구엔 사무실 집기가 쌓였습니다. 한 의원이 셔츠가 찢긴 채 그 바리케이드 위에서 외쳤습니다. 곳곳에서 드잡이가 벌어지고, 30㎝만 열린다는 창문이 무참히 뜯긴 사이로 언론노조원들이 쏟아져 들어왔습니다. 미국 명문대 출신 보좌관이 떠오릅니다. “미국에서 이러면 다 잡혀가요.” 충돌 초반 그의 얼굴이 파리었습니다. 두 시간여 후엔 발그레해졌습니다. 그는 ‘돌격조’가 됐습니다. 당시 쓴 ‘입법전쟁 종군기’엔 이런 대목이 있습니다. “전쟁이었다. 적개심이 폭력을 부르고, 폭력은 더한 폭력을 불렀다. 한계는 없었다. (…) 양측 모두 ‘내가 적을 타도하지 못하는 한 적이 나를 타도할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사로잡혔다. 이제 포연이 사라지고 대한민국 민주주의 의 처참한 잔해가 드러나고 있다.

” 8년 전 촛불 때보다 어려운 조건 안정적 통치질서 만들 수 있을까 관건은 정치…더 논의·합의해야 더한 전쟁, 더한 잔해가 기다리고 있는 걸 그땐 예견하지 못했습니다. 보지 못한 건 또 있습니다. 당시 상황을 대단히 부정적으로만 인식했습니다. 이제 보니 극한 대치조차 여의도식 대련이었습니다. 싸움처럼 보였지만 일종의 정치적 설득·조정 과정이었습니다. 실제 미디어 법안을 두고 8개월여간 논의가 있었습니다. 여야 중진 간 통로로 조율했고 막판엔 ‘여당 내 야당’으로 불린 박근혜 당시 의원이 중재했습니다. 그래서였을 겁니다. 야당은 자신들이 집권한 이후에도 크게 법에 손대진 않았습니다. 박근혜 정부의 테러방지법도 유사합니다. 지난달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 조기가 게양되어 있다. 정부는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와 관련해 내년 1월 4일까지 국가애도기간을 지정했다. 김현동 기자 어느덧 그런 대화조차 사라졌습니다. 일방독주와 다수결만 존재하는 시대로 퇴행했습니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지 애매합니다. 분명한 건 ‘촛불 대연정’으로 불릴 정도로 대다수가 승복했던 2017년 전반의 공감대가 ‘적폐 청산’으로 깨진 게 주요 변곡점 중 하나란 겁니다. 더한 진영 대립을 불렀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은 윤 대통령의 명백한 잘못이지만 윤 대통령의 잘못으로만 넘길 수 없는 구조가 있긴 합니다. “그간 한국 정치는 정치가 아니었다. (…) 누군가 죽어야 하는 싸움이었고, 누군가 계속 죽어왔는데도 그 죽음조차 이용하는 정치였으며, 그래서 누가 죽어도 끝날 수 없는 어두운 정치였다. (…) 민주주의도 잘못되면 얼마나 고통스러울 수 있는지 지켜봐야 하는 정치였다”는 정치학자 박상훈의 진단대로입니다. 지난달 내내 그 아연한 전개를 봤습니다. 비상계엄과 연쇄탄핵은 현직 대통령 체포영장 발부와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 직무대행 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겸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장’의 등장으로 이어졌습니다. 새해엔 진정 다르길 기대합니다. 헌법재판소의 일은 헌재에, 법원의 일은 법원에 맡겼으면 합니다. 윤 대통령의 버티기가 복잡한 문제를 야기하겠으나 이 또한 시간이 해결해줄 겁니다. 일방이 무리하게 당기려거나 비틀면 반작용이 만만치 않을 겁니다. 이미 광화문의 불어나는 군중에게서 불안감을 느낍니다. 여의도는 자체 해법을 마련해야 합니다. 재차 말하지만 지금의 위기는 사람의 잘못이지만 사람만의 잘못은 아닙니다. 각각 0.73%, 5.5%포인트 차로 이긴 윤 대통령과 민주당의 승자독식 구조가 출구 없는 갈등을 만들어내고 증폭했습니다. 국민적 정치 혐오감이 정치 무경험자를 중요 자리로 뽑아올리는 기제도 성공적이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고 있습니다. 개헌으로든 선거제 개편으로든 풀어내야 합니다. 결국 정치여야 합니다. 2016·2017년보다 나쁜 상황이지만 이번엔 안정적 통치 질서를 만들어낼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려면 기본부터 되새겨야 합니다. 우린 달라서 정치합니다. 적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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