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수만보] 군에서 의문사한 고려대 80학번 김두황을 위한 40여년 싸움 ②
나와 두황이는 3월 18일 성북서 정보과에서 몇 장의 서류에 서명하고 병무청 직원 한 명, 성북서 직원 2명과 승합차에 타고 강원도 춘성군의 103 보충대로 갔어요."키는 얼마야, 몸무게는? 아픈 데 없지?" 이렇게 묻더니 신체 검사가 끝나더군요. 그리고 다음 날 3월 19일 삼척에 있는 68훈련단으로 갔어요. 6주간 훈련을 마치고 우리는 22사단 55연대에 배치되었고 나는 3대대, 두황이는 2대대가 되었어요. 연대본부가 있는 고성군 거진읍 반암리까지는 같이 갔죠. 우리의 마지막 동행이었어요.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어머니는 하루 종일 막내 아들 사진만 쳐다보고 계셨다. 저러다 어머니마저 잘못될까 싶어서 두황이의 사진을 모두 치웠다. 어머니는 점점 말을 잃어가셨다. 큰형이 어머니를 청주에 모시고 계셨는데 두황이의 기일에 맞춰 서울에 모시고 가려고 채비하던 중이었다. 목욕탕에 들어가신 어머니가 나오지 않아 들어가 보니 어머니는 구석에 웅크린 모습으로 숨이 멎어 있었다." 황 이등병의 말대로 보안사는 고려대 학생운동의 중심 노릇을 한 김두황을 주목하고 그의 진술을 탐냈다. 성북서의 이강수 형사는 고대 80학번 김희근에게"김두황에 대해 더 조사할 것이 있지만 그냥 보충대로 떠나보냈다"라며 '아쉬워'했다라고 한다. 아바타방 사건을 수사하던 서울시경은 1983년 봄 문건 작성자를 여섯 명으로 압축하고 이 중 일부가 강제 징집된 것으로 파악을 했다. 서울시경은 이 정보를 보안사에게 건네주었을 테다. 보안사로서는 고려대 예비 지도부를 캐내고 '아방타방' 집필자를 찾기 위해서 김두황을 탐나는 먹잇감으로 바라보았음이 틀림없다.
양창욱이 과천분실에 불려갔을 때 그는 김두황의 죽음으로 여전히 충격 상태였다. 보안사는 양창욱과 김두황이 단짝임을 알면서도 그에 대한 녹화공작에 착수했다. 사실 양창욱에겐 김두황의 죽음 이전에 더 큰 아픔이 있었다. 입대한 지 보름도 안 돼 양창욱의 아버지가 돌아가신 것이다. 양창욱이 군에 끌려가고 입었던 옷이 집으로 배달되자 양창욱의 아버지는 몇 날 며칠을 울었다. 자신이 마포경찰서 정보과장을 지냈던 터라 이 험한 시국에서도 자기 아들은 지킬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아들이 끌려가자 몸과 마음이 허물어졌다. 결국 그는 갑작스레 세상을 뜨고 말았다. 양창욱은 자대 배치 후 불과 열흘 만에 접한 아버지의 소식에 안타까움과 죄스러움을 금할 수 없었다. 불과 두세 달 사이에 양창욱은 큰 슬픔을 겪은 처지였으나 보안사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프락치로 활동하라고 강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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