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니던 학교가 어느 날 갑자기 사라졌다 옥천 학교 폐교 월간 옥이네 한수진
충북 옥천군의 안남면 청정리, 도농리, 화학리. 어느 날 세 개의 마을이 손을 잡았다. 500여 명 어린이들의 앞날을 위해서였다. 지금은 폐교돼 문을 닫았지만, 삼화초등학교는 과거 그 화합의 증거로 자리에 남아있다. 세 개 마을이 힘 합한 이유
인근 마을 도농리, 화학리의 상황은 더했다. 거리도 더 멀었고 학교에 가기까지 넘어야 할 장애물도 더 많았다. 삼화초 4회 졸업생인 조태호씨는 도농리에서 평생을 살아왔는데 3학년 때까지 안남초등학교로, 4학년 때부터는 삼화초등학교로 등교했다. 그는 삼화초등학교가 생기기 전까지의 기억을 회상했다. 학교 부지가 유씨네 문중 토지인 동시에 과거 민병춘씨의 땅이기도 했던 것이다. 이 외에 교기와 의자, 천막, 축구대, 풍금, 게시판 등 각종 기자재도 여러 주민이 기증했다. 그뿐일까, 건물을 지을 때도 주민들이 나서 땅을 파고 벽돌을 날랐다. 어린 학생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뛰어노는 것이 일이었으니, 다들 운동을 잘했어요. 저수지 둑이 잔디밭이니까, 거기서 친구들이랑 100m 달리기 시합도 하며 놀고 축구, 배구 안 해본 운동이 없었지요. 나도 옥천군 학교 대항 달리기 대회에 선수로 나간 적 있지요." - 조태호씨 삼화초등학교의 존재는 마을의 상권을 활성화하는 역할 역시 했다. 문구점이 생겨나고 슈퍼에도 학생들의 발길이 늘어났던 것. 면소재지가 아니고선 작은 상점 하나도 찾기 어려운 지금으로썬 상상만으로도 낯선 풍경이다. 이흥주·이순덕씨 부부는 세 자녀의 학부모인 동시에 과거 삼화초등학교 앞에서 문구점을 운영하며 학교의 변천사를 지켜봐 왔다.
통폐합을 앞둔 1998년 10월, 삼화초등학교에서는 마지막 가을 운동회가 열렸다. 운동장에는 만국기가 수 놓이고 전교생 44명과 주민들은 '청군 이겨라, 백군 이겨라' 응원을 외쳤지만, 그 소리는 이전과 달리 어쩐지 쓸쓸하게 울려 퍼졌을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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