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에 빼곡히 글 쓴 여든넷 엄마... 딸은 마음이 급해졌다 주부안식년 심정화 기자
요즘 친정엄마가 바빠지셨다. 전화기로 들려오는 목소리에도 생기가 넘친다. 외출도 거의 안 하시고 집에서 TV 드라마 보는 게 유일한 취미인 엄마에게 생각지 못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요금이 비싸고 사용방법도 어렵다고 스마트폰으로 바꾸는 걸 한사코 마다 하시더니 이제는 손에서 놓지를 않으신다. 스마트폰이 익숙해지고 게임을 잘한다고 자식들에게 칭찬까지 받으니 활력이 생기고 새로운 일에 도전해 볼 용기도 생기셨던 모양이다.지난 겨울 빙판길에 넘어져 다리를 다치신 엄마를 보살펴 드리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가 한 편의 드라마 같은 엄마의 인생 이야기를 들으며 엄마 이야기를 글로 써보시라고 권했었다. 전쟁통에 고아가 되어 학교도 거의 다니지 못하셨던 엄마는 늘 못 배운 것에 대한 콤플렉스를 가지고 사셨다. 엄마 표현을 빌리자면, 무식한 게 탄로날까 봐 남들 앞에 나서는 것이 늘 조심스러우셨단다. 그런 엄마에게 글을 써보라는 건 얼토당토않은 말이었던 것이다.그랬던 엄마가 정말로 글을 쓰셨다니 신기했다. 내 블로그에 엄마의 어린 시절에 대해 썼던 글을 읽어드렸더니 마음이 움직이셨던 모양이다. 새벽에 일찍 잠에서 깬 어느 날, 달력을 한 장 뜯어 사등분으로 접어 뒷면에 글을 쓰기 시작하셨단다.
생신날, 친정집에 들어서자마자 엄마의 글부터 찾았다. 달력 뒷면에 쓰셨던 글을 집안에 굴러다니던 낡은 노트에 다시 옮겨 써놓으셨다. 맞춤법도 띄어쓰기도 맞지 않는 글이었지만, 노트 세 페이지를 꽉 채운 엄마의 글에는 엄마의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마지막 문장을 읽는데 코끝이 시큰했다. 엄마에게 글쓰기를 권할 때 꼭 느끼셨으면 하는 마음을 그대로 담아놓으셨다."그동안 잘 살아오셨습니다." 내가 해드리고 싶었던 말을 엄마가 스스로 찾으신 것 같아 가슴이 뭉클했다.엄마는 이후에도 큰딸 이야기며 아들 이야기, 가족들 이야기를 차례로 쓰고 계신다. 사실만 담겨있던 글에 점점 마음을 담아가고 있으시다. 글을 쓰시면서 지나온 인생을 차분히 돌아보고, 지금의 자신을 위로하고 계시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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