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S] 정명원의 사건 외곽의 풍경들세상의 끝, 그녀의 집결혼이주여성, 이혼 수속 중집 주변 곳곳 작은 방화로 구속검찰 조사 거부…조사 없이 기소석방된 뒤 그녀는 어디로 갈까
석방된 뒤 그녀는 어디로 갈까 게티이미지뱅크어찌나 멀던지 나에게 그곳은 세상의 끝처럼 느껴졌다. 전부를 집어삼킬 듯한 폭포들과 세상 무엇보다 거칠고 당당한 이끼들이 있는 곳. 차가운 호수 위를 둥둥 떠다니던 빙산이 문득 몸을 뒤치는 걸 바라보며 생각했다.무슨 일을 어떻게 잘못해서 도망가겠다는 구체적인 계획은 아니다. 그저 예민하고 날카로운 일을 다루는 자의 습관 같은 것이다. 나는 평범한 누구에게나 삶의 귀퉁이가 완전히 무너져 내리는 순간이 올 수 있다는 것을 믿는 편이다. 하나의 인간을 구성하던 요소들이 더 이상 그를 지탱해주지 못하는 순간, 그가 마지막으로 기어가 몸을 웅크릴 곳이 세상 어딘가에는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먼 나라에서 온 한 여자를 기소한 적이 있다. 얼핏 보면 한국인처럼 생긴 깡마르고 작은 여자였다. 여자는 한국인 남자를 만나 연애를 했고 몇 년 전에 한국에 들어왔다. 한국에 들어오면서 그의 나라에 있는 원가족과는 연락이 끊겼다.
그녀를 조사하기로 한 날, 구치감에서 연락이 왔다. 구치감은 구속된 사람들이 조사를 받기 위해 검찰청에 나와 대기하는 동안 머무는 검찰청 내의 임시 수용시설이다. 그녀가 검찰청까지는 왔는데 구치감에서 꼼짝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조사를 위해 통역까지 불러놨는데 낭패가 따로 없었다. “우리가 내려가봅시다.” 나는 수사관, 통역과 함께 지하에 있는 구치감으로 향했다. 검찰청에서 일하면서도 구치감에 직접 가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구치감은 교도소와 세상 사이를 오가는 사람들이 잠시 머무는 공간이다. 누구도 그 공간에 정주하지 않는다. 그러나 세상 어디에도 갈 곳이 없는 것으로 추정되는 그녀는 그곳이 집이라고 했다. 말이 되지 않는데, 어쩐지 이해할 것 같았다. 누구나에게 그런 공간이 필요한 순간이 있다. 세상의 끝이자 시작이자 아무 곳도 아닌 곳!
나로서는 어떻게 해볼 수 없는 일들로 세상으로부터 버림받는 일이 생기면, 그때는 내가 아는 가장 먼 땅 아이슬란드로 가야지. 내가 가진 옷 중에 가장 따뜻한 옷 한벌이라도 챙겨서 세상의 끝으로 가야지. 거기서 새로 태어나 솟아나는 화산과 만년 전부터 얼어 있던 빙하의 곁에 웅크리고 앉아 있어야지. 그렇게 생각하면 언제 벌어질지 모르는 인생의 비극들 앞에 조금은 덜 두려워진다. 나는 조금 괜찮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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