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사, 박사, 강사를 거쳐 18년 만에 외국 대학에 임용된 남편의 짐을 싸며
남편이 떠났다. 체코로. 유난히 가족과 부대끼며 생활하는 걸 좋아하고 혼자 있는 걸 힘들어 하는 사람이라 혼자 잠자리에 들 때 가족이 곁에 있는 느낌을 받으라고 파자마와 로브를 만들었다.
뭘 넣고 빼야할지 고심하는 남편이지만 마누라가 정성껏 만들어 놓은 옷을 가져가지 못하겠다고 먼저 말을 꺼내긴 어려울 것 같았다. 파자마 만들어 둔 건 어디 가지 않으니 안 가져가도 된다고 미리 얘기해줬다.바닥 난방이 되지 않는 유럽의 집에서 겨울을 나려면 로브 가운이 필요하다고 해서 만들기는 했는데, 무게와 부피를 감당하고 넣어갈 의미가 있으려나. 나부터 고개가 갸우뚱해졌다. 남편은 고민 끝에 에어 매트리스와 이불을 가져가는 대신 내가 만든 파자마 두 벌과 로브 가운을 챙겼다. 하지만 점점 가속도를 얹어가며 아래로 추락하는 비행기 같은 우리의 결혼 생활을 제자리로 돌려 놓으려면 기수를 돌릴 마지노선을 정해야 했다. 올해 가을까지만 최선을 다해보고 안 되면 미련 없이 대리운전이든 택배든, 일을 하면 돈으로 돌아오는 일을 하기로 했다.그가 공부를 하는 동안 집안 경제를 책임져야했던 나는 처음엔 곧 끝날 거라는 낙관으로 버텼다. 박사를 따면 끝날 줄 알았던 고생은 그 후에도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은퇴하신 지도교수님의 자리는 AI와 협업을 할 수 있는 공대 출신으로 채워졌고 강사법이 시행되면서 강사들의 설 자리는 더 줄어들었다.
남편의 소울넘버인 5번은 고대부터 지금까지 보존해온 비밀스러운 지혜를 세상에 전파하는 대사제 카드에 해당했다. 자신감과 자존감을 갖고자 할 때 늘 배움을 선택하는 유형이라고도 했다. 그 과정에서 능력치가 증가한 건 틀림없는 사실이었다. 아이 옷 살 돈이 부족하지 않았으면 나는 옷을 만들어 입힐 생각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시작한 옷 만들기에서 나는 즐거움과 보람을 느꼈고, 가족들의 인정을 받았고, 좋은 친구들을 만났다.
대한민국 최근 뉴스, 대한민국 헤드 라인
Similar News:다른 뉴스 소스에서 수집한 이와 유사한 뉴스 기사를 읽을 수도 있습니다.
'리버스 스윕' 세자르호, 베트남 상대로 첫 패[항저우 아시안게임] 세트스코어 2-0에서 2-3으로 역전패, 두 번째 '베트남 쇼크'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경남 현지촬영 ‘소풍’·‘장손’,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경남도와 경남문화예술진흥원은 현지촬영(로케이션) 특전 사업으로 제작 지원한 영화 두 편이 제2...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대만에 진 한국…“국제 경쟁력 떨어졌다? 그렇게 생각 안 해”한국과 대만의 2022 항저우아시안게임 야구 조별리그 B조 경기가 끝난 2일 두 팀 분위기는 확연히 갈렸다. 한국 선수들은 대...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대만에 진 한국 야구…“국제 경쟁력 떨어졌다고 생각 안 해”한국과 대만의 2022 항저우아시안게임 야구 조별리그 B조 경기가 끝난 2일 두 팀 분위기는 확연히 갈렸다. 한국 선수들은 대...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두 달새 기자회견만 34번…국민 접촉 늘리는 기시다의 속내는윤 대통령은 10개월 동안 기자회견 ‘0번’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