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도와 김득신의 '대장간'은 왜 판박이일까 대장간 고야 김준근 김홍도 김득신 정진오 기자
비디오 아트의 선구자 백남준의 예술론은 간단명료하면서 해학적이다. 인생은 싱거운 것인데, 이 인생을 짭짤하고도 재미있게 만드는 게 예술이라고 백남준은 이야기했다. 심심하지 않게 간을 맞추면서 재미를 줄 수 있는 예술, 말처럼 쉬운 것은 아니다. 백남준의 얘기에 딱 맞는 예술 장르를 꼽으라면 비디오 아트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우리 전통의 풍속화를 앞에 두고 싶다.
보물 제527호로 지정된 《단원풍속도첩》에 김홍도의 풍속화 25점이 실려 있다. 기와 이기, 주막, 빨래터, 자리 짜기, 벼 타작, 점심, 대장간, 논갈이, 서당, 무동, 점괘, 고누놀이, 씨름, 그림 감상, 길쌈, 담배 썰기, 편자 박기, 활쏘기, 우물가, 고기잡이, 장터길, 나룻배, 신행, 노중상봉, 행상 등이 작품의 주제다. 과객에게 밥상을 내주고 방안에 들어앉은 아낙은 나그네의 밥 먹는 모습을 지켜본다. 나무 밑에는 2명의 어른이 쉬고 있고, 그 주막 마당의 귀퉁이를 대장간이 차지하고 있다. 키 낮은 화로와 모루를 가운데 두고 대장과 메질꾼 2명이 작업 중이다. 메질꾼들은 웃통을 벗어젖혔고 반바지 차림에 맨발이다. 풀무꾼은 발을 굴러 화로에 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김홍도 과 김득신 의 다른 점을 하나 더 꼽자면 대장의 시선이다. 김홍도 작품에서는 모두가 자기 일에 열중이다. 풀무꾼이며 메질꾼이며, 대장이며 모두가 붉은 쇳덩이가 올려진 모루 쪽을 바라보고 있다. 그런데 김득신 작품에선 집게를 잡은 대장이 얼굴을 돌려 그림을 그리는 이를 쳐다보면서 입꼬리 한쪽을 살짝 올리며 웃고 있다. 마치"이 장면 괜찮아?"라고 되묻는 듯하다. 섬뜩할 정도로 해학미가 물씬하다. 『箕山 한국의 옛 그림』은 1946년 베를린 훔볼트대학 한국학과장을 역임한 독일의 대표적인 한국학 전문가 하인리히 F.J. 융커 교수가 썼으며 1958년 동독에서 출판되었다. 우리말로 번역된 이 책에는 김광언 전 인하대 교수의 란 글도 실려 있어 김준근의 작품 현황과 그의 그림 세계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준다.
여기 실린 김준근의 에서는 풀무가 손풀무로 바뀌어 있다. 그의 다른 작품에서는 발 풀무였는데 말이다. 김준근이 활동하던 시대에는 발 풀무와 손풀무가 공존했다는 얘기다. 대장간에서 풀무가 변화했다는 것은 자동차의 구동 방식이 전기 배터리로 바뀐 것만큼이나 중요하다. 대장간 풀무는 발 풀무에서 손풀무로, 그리고 요즘처럼 전기 모터 송풍기로 변화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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