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7일 대구시청에서 홍준표 시장을 인터뷰했다. ‘달빛철도특별법’이 국회 법사위에 상정되지 못해 홍 시장이 뿔이 좀 나 있던 시점이었다. 그는 신문 인터뷰를 잘 하지 않는 편인데 ‘달빛철도’에 썩 우호적이지도 않은 매일경제신문의 인터뷰 제의에 큰 뜸 들이지 않고 응했다. DJ정부 시절에 국회를 출입했지만 여당 담당이었으므로 홍 시장을 직접 대면할 일은
지난달 17일 대구시청에서 홍준표 시장을 인터뷰했다. ‘달빛철도특별법’이 국회 법사위에 상정되지 못해 홍 시장이 뿔이 좀 나 있던 시점이었다. 그는 신문 인터뷰를 잘 하지 않는 편인데 ‘달빛철도’에 썩 우호적이지도 않은 매일경제신문의 인터뷰 제의에 큰 뜸 들이지 않고 응했다.
첫 15분 동안 ‘그만 합시다’하고 일어서려 하는 장면이 세 번 정도 있었다. 내 눈에 그것은 다분히 의도된 오버액션으로 보였지만 ‘시장님 그게 아니고요’하고 세 번 붙잡았다. 오버액션에는 오버액션으로 대응해야 한다. 사람의 행동이라는건 관성에 지배받기 때문에 일어서려 할 때 잡지 않으면 정말 나가버리는 수가 생긴다. 25년간 기자생활을 하면서 여러 인터뷰를 했다. 생각해보면 비굴하지 않았던 인터뷰는 하나도 없었다. ‘말을 안해주면 어떻게 하나’ 하는 항상적 공포를 안고 대화를 시작한다. 상대의 지위고하는 아무 상관이 없다. 해줄 말이 있는 상대는 항상 갑이다. 그들이 입을 닫을까, 전화를 끊어버릴까 늘 조마조마했다. ‘병풍’의 김대업, ‘김홍걸 게이트’의 최규선 같은 이에게서 한마디 얻어내기 위해 속으로 ‘사기꾼’을 되뇌면서 겉으로는 공손과 친근함을 가장해야 했다.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는 피의자에게 ‘한마디 해달라’고 다가가는 기자를 피의자는 잔인하게 느끼겠지만 그러나 이때 갑은 피의자 본인이다. 질문하는 기자는 죽어도 갑이 될 수 없다.
그러나 대통령이 할 말이 있어 청한 회견에 국민을 대표해 나간 기자가 비굴해선 안 된다. 그 대담에서 내 신경을 특히 자극한 것은 시종 상체를 앞으로 들이밀고 질문하는 기자의 자세였다. 대통령은 의자에 반듯이 앉아 여유롭게 답변하는데 기자는 허리부터 목까지 20도쯤 기울이고 듣고 있다. 국민의 대표자라기보다는 기껏 KBS를 대표해 나간 것 같고 참모처럼 공손하다. “이른바 파우치, 외국회사의 조그마한 백이죠.” 질문자의 이 표현은 두고두고 웃음거리가 될 만하다. ‘명품백’이라는 선입견의 주입을 피하고자 하는 의도였는지 어떤지는 알 수가 없다. 그러나 누구나 ‘저 친구 쫄았군’하고 생각했을 것이다. 국민을 대표해 나갔으면 단어 선택에 신중해야 한다. ‘명품백’을 강조할 필요도 없고, ‘조그마한 백’을 강조할 필요도 없다. 나 같으면 그냥 ‘디올 파우치’라고 불렀을 것이다. ‘이른바 파우치’ 말고 ‘디올 파우치’. 고유 명사가 있는데 왜 어버버 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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