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어다니던 신생아가 벌써 가을운동회, 눈물이 났네요

자기팀 응원하는 초등학생들 보다가 '우는 엄마' 된 사연

한쪽 팔을 들고 콩콩 뛰는 아이들의 함성이 운동장에 울려 퍼졌다. 며칠 전 다녀온 가을 운동회, 어쩜 이렇게 가을 운동회 하라고 하늘은 높고 청명한지 학교에서 날짜를 기가 막히게 잡았구나 싶다.

왜 자꾸 눈물이 나는지 누가 볼까봐 슬쩍슬쩍 눈물을 닦아냈다. 예전에 아이가 어린이집에서 처음 공연할 때 꿀벌 날개를 달고 앞으로 뛰었다가 뒤로 뛰었다가 했을 때도 나는 거의 오열할 뻔했다. 태연자약한 표정으로 꿀벌 머리띠를 하고 동작이라고 하기도 뭐한 동작을 엇박자로 하는데 '쟤가 무대에서 저런걸 할 수 있다니...' 하는 마음에 감격했었던 것 같다. 네가 이만큼 컸구나 싶었다. 매트에서 침 흘리며 기어다니던 아이가 무대에서 말똥말똥 서 있는 걸 보는 게 왜 그렇게 뭉클한 걸까? 무대 밖에서는 내가 코도 닦아주고 아이가 원하는 대로 뭘 어떻게 해줄 수 있지만 무대 위에서는 아이 스스로 모든 걸 해내야 했다. 그런데 생각보다 아이가 잘하는 거다.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는데 아이는 나 없이도 아주 잘 하고 있었다. 나는 그 순간 아이를 나와 분리된 한 인간 존재로서 느꼈던 것 같다.

생각보다 말이 한 번에 제대로 안 나와서 당황스러웠다. 그때 어떤 친구가 내게"너 멋있는 말 하려고 했는데 말이 잘 안 나오지?" 하면서 놀렸고, 그래서 창피했던 기억이 아직도 남아 있다. 운동회가 뭐라고, 저것도 한 때지. 저 때 뿐이지. 청팀의 승리에 목숨 걸고 오늘 하루만큼은 청팀에 뜨거운 소속감을 느끼면서 청팀을 응원하는 아이들. 그런 아이들을 지켜보니 정말 인생에서 몇 번 되지 않는, 금방 지나가 버리는 빛나는 순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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