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말 미국에서 먼저 개봉한 영화 오펜하이머. 뉴욕 극장에서 영화를 본 하미드 다바시 콜롬비아대학 교수는 화려한 기술과 훌륭한 연기에도 불구하고 씁쓸함을 느꼈다. 원자폭탄 개발을 위한 맨하탄 프로젝트와 원폭 투하를 미화했다는 것이 다바시 교수의 지적이다.
2차 세계 대전 도중 미국이 주도하고, 영국, 캐나다가 참여해 세계 최초로 원자폭탄이 성공적으로 개발된다. 핵무기 개발은 아인슈타인을 포함한 미국 과학자 아카데미의 제안으로 시작하여 당대 미국의 저명한 물리학자인 로버트 오펜하이머, 닐스 보어, 엔리코 페르미, 존 폰 노이만, 리처드 필립스 파인만, 해롤드 애그뉴 등이 차출돼 진행됐다. 이 '맨해튼 프로젝트'는 미국 전역의 약 30곳에서 이뤄지는데, 그 중 중심적이었고 가장 유명한 곳이 로스앨러머스, 로스앨러머스 연구소를 이끌어 사실상 원자폭탄 개발의 이론과 기술을 총지휘한 사람이 오펜하이머, 그리고 그의 삶을 스페타클하게 그린 영화가 크리스토퍼 놀란의 신작 '오펜하이머'이다. '오펜하이머'는 한국 작품들을 제치고 전체 예매율 1위를 기록하며 8월 15일 개봉 이전부터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원폭 개발에 성공한 오펜하이머는 폭탄을 투하할 일본 도시를 정확하게 지목하면서 기괴한 이유로 성서가 아닌 힌두교의 3대 경전 중 하나인 바가바드 기타의 구절을 인용했다. “이제 나는 세계의 파괴자, 죽음이 됐다”. 대체 인도의 바가바드 기타가 원폭과 무슨 상관이 있었을까?놀란의 작품은 ‘원자폭탄의 아버지’를 도덕적, 정치적으로 복잡한 인물로 그리려고 많은 노력을 했다. 하지만 놀란의 진지한 노력은 결국 성공하지 못했다. 3시간에 걸친 최첨단 시각효과와 음향효과, 주인공 역할을 한 킬리안 머피의 명연기, 세계적인 조연 배우들의 앙상블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에서 오펜하이머를 관대하게 봐 줄 이유도, 도덕적인 교훈도 찾기 어렵다.
놀란이 그린 오펜하이머는 몇 주 만에 원어로 네덜란드어를 마스터하고 물리학 강의를 할 수 있는 유대인이지만 뉴욕에서 태어나고 자라 히브리어를 배운 적이 없는, 더 이상 유대교를 믿지 않는 유대인이다. 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치가 원자폭탄을 손에 넣기 전에 미국이 성공할 수 있도록 미국의 원자폭탄 개발에 앞장서게 된다. 좌파에 대한 오펜하이머의 관심을 잘 알고 있던 미국의 군과 정보기관은 그를 공산주의자라고 비난하며 철저하게 감시한다. 그런 비난을 받는 오펜하이버는 충성심을 증명하기 위해 더 열심히 일했다.나는 놀란의 영화를 좋아하지 않는다. 이란, 인도, 일본, 유럽 최고의 인디 영화를 보면서 자란 사람으로서 놀란의 거대하고 호화로운 영화를 보면 마치 부유한 소년이 자기 재력과 방금 구입한 값비싼 람보르기니를 과시하는 것 같기 때문이다.
이 영화는 2005년 출간된 카이 버드와 마틴 셔윈의 저서 ‘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 로버트 오펜하이머의 승리와 비극’을 원작으로 한다. 그러나 이 영화의 힘은 역사적 정확성이나 복잡한 스토리텔링보다는 놀란의 기념비적인 기술적 기교에 있다. 놀란은 심각한 결함이 있는 대량살상무기 개발자를 기념하기 위해 원자폭탄급 영화를 만들었고, 우리가 그의 업적에 박수를 보내기 위해 가능한 한 큰 스크린으로 달려갈 것이라 생각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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