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방, 배우 사진만 도배됐다…70대 영화광의 쓸쓸한 엔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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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외곽의 그 아파트는 이번까지 총 네 번이나 방문했다.

나이 지긋한 아파트 관리소장이 따로 챙길 정도였다. 연세가 많은 어르신들이나 몸이 불편해 보이는 주민들을 꼼꼼하게 신경썼다고 한다. 마주칠 때마다 ‘술 좀 적당히 드세요’ ‘식사 거르지 마세요’ ‘약은 계속 드시고 계시냐’ ‘집 청소도 하고 좀 씻고 다니시라’.처음 다녀온 뒤로 관리소장은 고독사가 발생되면 꼭 내게만 연락해 왔다.

주로 영세민 세대에서 고독사가 발견되는데, 사후 현장 복구에 대한 임대아파트 측의 규정이 까다로웠다. 고독사 현장의 지독한 시취는 제거한다고 해도 문제가 남는 경우가 많은데, 내가 다녀간 뒤론 민원이 없었다고 했다. 관리소장에게 나름 인정을 받은 셈인데, 그래서인지 그 뒤로 마치 전담반처럼 그 아파트를 맡게 됐다.밥은 굶어도 영화와 관련된 자료는 매주 청계천 거리를 다니며 사왔다고 한다.특히 연기파 배우 제러미 아이언스를 무척 좋아한 모양이었다. 그 배우의 포스터가 엄청 많았다. 지독한 영화광이었던 배관공 출신 노인이 쓸쓸하게 삶을 마친 한 칸짜리 아파트다. 고인은 방 안에 온통 배우들의 사진을 남겼지만, 자신의 가족에 대해선 아무런 흔적도 없이 세상을 떴다. 사진 김새별 작가비좁은 집 안 가득 영화 자료로 채워놓고 외부인이 방문하는 것을 극도로 꺼렸다. 같은 이유로 복지사 방문조차 거절하다 보니 복지 혜택도 전혀 받지 못했다고 한다.

고인은 젊은 시절 배관공을 했다. 나이 들면서 건강이 악화돼 대장수술을 크게 받았다고 한다. 수술 뒤 소위 안 좋은 소리로 ‘주머니’를 차고 다니는 형편이었다. 관리소장이 청계천은 그만 다니고 병원에나 다니라고 그렇게 잔소리를 해도 한사코 말을 듣지 않았다고 한다.지난 4월 말 그 사건. 그때도 영화광 노인을 주중에 만났다고 한다. 눈에 안 띈다 싶어 걱정될 쯤 또 한 번씩 찾아가 잔소리 겸 안부도 묻고 그러던 사이였다. 그렇게 한 주가 가고 주말을 지낸 뒤 뭔가 안 좋은 예감에 노인의 집을 찾아갔다고 한다.이런 경험이 처음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몸이 안 좋아 쓰러져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통로 쪽 작은 창문을 깨고 집 안으로 비집고 들어갔다고 한다. 관리소장도 환갑이 넘은 몸인데, 무슨 정신에서인지 젊은 청년처럼 창을 넘어 들어갔다고 했다. 경찰에 신고하고 주변에 알리고 할 시간이나 정신이 없었단다. 혹시 위급 상황이면 이거 지키고 저거 기다릴 시간이 어디있겠나 싶었다고 했다.매트 하나 놓을 공간만 빼고 온통 영화배우 사진과 포스터로 '제단'처럼 꾸며놓은 영화광 노인의 좁은 방. 불을 끄고 영화를 보듯 어두운 곳에서만 세상을 봤던 노인은 '무연고 시신'으로 생을 마쳤다. 사진 김새별 작가소장이 그때 당시를 떠올리며 내게 한 말이다. “같이 살지 않아도, 같은 핏줄은 아니어도 매일 만나서 얼굴을 마주 보고, 서로의 안부를 묻고 그러면 가족이지, 가족이 별거 있겠냐”고 말이다.“고인의 어머니가 이혼 뒤 재혼해서 낳은 자식이 이 사람인데, 그때 호적 등록을 하지 않았다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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