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들의 땅에서 온 메시지

타이완의 작은 시골 마을 '용징'을 배경으로, 과거의 억압과 한이 남긴 사회적 상처, 그리고 그로 인해 떠오르는 귀신들의 이야기를 다룹니다. 일곱 남매의 비밀과 한을 풀어내면서, 독자들은 모든 인간에게 존재하는 부정적인 에너지와 과거의 그림자에 대해 성찰하게 됩니다.

모든 지역에는 귀신이 있다. 귀신들의 이야기가 있다. 죽으면 귀신이 된다고들 하지만 죽음만이 귀신을 만드는 것은 아니다. 한을 품은 것이 귀신이다. '한'은 한 마디로 정의하기 어려운 복잡한 정서로 오랜 기간 켜켜이 묵은 억울함, 서러움, 울분, 원망이 지층처럼 쌓여야 만들어진다.

사실 그 귀신은 주인공 가족의 멀지 않은 조상인데, 그녀가 한을 품어 귀신이 되게 한 억압은 여전히 용징 구석구석에 자리 잡고 있다. 그래서 용징은 과거에도 지금도 '귀신들의 땅'이다.을 읽을 때는 머릿속에 등장인물의 정보와 관계도를 잘 그려놓는 것이 중요하다. 주인공 남매만 해도 일곱 명, 각자의 배우자 및 애인과 부모님, 주변 사람들까지 하면 열 명도 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챕터마다 시점을 넘나들며 진행되기 때문이다.딸만 내리 다섯을 낳아 시어머니에게 맞고 살던 엄마, 큰 꿈을 품고 수도에서 대학을 나와 번듯한 남자와 결혼했으나 가정 폭력의 굴레에 갇힌 아내, 동성애자임이 들켜 집안의 수치가 되고 쫓겨난 아들 등은 아주 개인적인 비극이지만 동시에 아주 보편적이고 우리 역사와도 가까운 이야기처럼 느껴진다.

2019년, 타이완은 아시아 최초로 동성혼을 합법화한 나라가 되었다. 2023년 말까지 총 2만5716쌍의 동성 부부가 혼인신고를 마쳤다. 이후 네팔, 가장 최근 태국에서 동성 커플의 혼인 평등이 보장되었다. 아직 갈 길이 멀지만 후발 주자들에게 타이완이 길을 개척해 준 셈이다. 이렇게 진보적으로 보이는 국가에서도 불과 몇십 년 전에는 동성애란 입에 담아서도 안 될 것이었다는 게 생경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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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문제 귀신 사회적 억압 동성애 과거 타이완 가부장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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