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가 독점한 표준, 표준어 없애는 상상은 왜 필요한가: 한국어는 서열을 전제한다. 상대와 나의 위치를 파악해 높임말과 낮춤말을 적절히 골라야 한다. 비민주적인 표현도 많다. 군사정권이 막을 내린 지 한 세대밖에 지나지 않아 여전히 독재의 유산이 언어를 통해…
국가가 ‘표준’을 독점했다. 서울말은 표준어가 됐고, 표준어를 쓰는 사람은 교양있는 사람으로 비치기 시작했다. 이는 적절한가? 표준어는 과연 ⓵교양있는 사람들이 ⓶두루 쓰는 ⓷현대 서울말에 해당할까? 드라마 ‘응답하라 1994’에서 서울말을 쓰는 칠봉이는 야구부 투수인데 실력이 출중한 야구천재에다 자기 관리 능력까지 뛰어난 따뜻한 도시 남자 캐릭터다. 반면 사투리를 쓰는 김재준은 며칠간 옷을 갈아입지 않고 무얼 먹을 때도 깔끔하지 않다. 심지어 극중 별명이 ‘쓰레기’다. 삼천포는 융통성이 없고, 해태는 ‘촌스러운’ 머리 스타일을 하고 나오는 등 칠봉이를 제외한 다른 등장인물에겐 어설픈 모습이 있다. 지방에서 상경한 이들의 순수한 모습을 강조하기도 한다. 빙그레는 수줍음이 많고, 성나정은 정이 많다. 표준어와 사투리에 대한 편견을 잘 담은 작품이다. 도도한 이미지의 연예인이 사투리를 써서 눈길을 끈다거나 사투리를 썼을 뿐인데 갑자기 친근한 이미지를 보여줬다고 다루는 미디어도 문제다.
한남대 교수 강정희는 “ 서울 문화로 ‘단일화’하는 특성을 보이고 있다”며 “특히 TV는 지역방언을 표준어로 단일화하는데 큰 몫을 담당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역 사람들, 특히 청소년이나 젊은 층은 자신이 누리는 문화보다 상대적으로 대도시 문화를 동경하거나 모방하게 된다”며 “그 결과 서울말씨는 ‘아름답고, 신분 상승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학습하게 되고 방언은 ‘투박하고, 유치하고, 촌스럽다’는 인식에서 방언 사용을 거부하게 된다”고 분석했다. 유튜브에서 ‘사투리’를 검색하면 사투리를 교정하는 방법에 대한 콘텐츠를 쉽게 찾을 수 있다.
이처럼 현실 언어생활과 동떨어졌지만 표준어는 마땅히 모두가 따라야할 존재로 여겨진다. 국가가 ‘표준’을 정하면서 표준어는 절대적 위치에 올랐고 표준어 정책에 의문을 품는 목소리는 거의 나오지 않았다. 실제 표준어를 정하는 언어학자들은 ‘두루 쓰는’ 말보다는 문법 규정을 중요하게 여겼고, ‘자장면’과 ‘짜장면’처럼 복수 표준어로 등록된 단어는 100개가 채 되지 않는다. ‘쭈꾸미’를 사전에서 검색하면 두 가지 정의가 나온다. 고려대한국어대사전에서는 ‘주꾸미’의 비표준어라고 하고, 우리말샘 사전에선 ‘주꾸미’의 전남 방언이라고 한다. 지역 방언은 비표준어가 되고 이는 사실상 써선 안 되는 말처럼 보인다. ‘표준어는 군대를 가진 방언’이라는 말이 있듯, 힘을 가진 지역의 언어이기 때문에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해 타 지역언어를 배제한다. 방언보다 우월한 표준어중심주의는 지방을 압도하는 서울중심주의의 일종이다.
입시제도도 표준어중심주의를 강화한다. 전국적으로 서울에 있는 대학을 선호하는 현상이 뚜렷하고, 수능시험 등 입시 전 과정이 표준어로 진행되기 때문이다. 사회언어학자 김하수는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학교에서 교사들이 수업시간에는 표준어로 가르치고 쉬는 시간에는 학생들과 방언으로 얘기를 하다 다시 수업때 표준어를 쓰는데 수업 중간에 방언이 튀어나오면 한바탕 웃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며 “방언으로 시험을 보지 않는 이상 해결할 수 없지 않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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