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나의 스승] 아이들을 도박 빚에 시달리게 만드는 강퍅한 사회
사람들은 아직도 인문계 고등학교라고 하면 대입이 전부인 양 여기고 있지만, 학교 안을 들여다보면 '뭣이 중헌디' 싶을 거다. 부연하자면, 교사에게 대입을 준비시키는 건 기본이고, 과거엔 보기 힘들었던 아이들의 온갖 문제들까지 떠맡아야 하는 지경이 됐다. 교사들 사이에선 교직이 선망의 대상이기는커녕 '3D 업종'이 됐다는 한탄이 공공연하다.
한때 '문제아'들의 징표처럼 여겨졌던 음주와 흡연 따위는 이제 하잘것없는 문제로 치부되는 형국이다. 술과 담배를 끊게 하는 건 애초 불가능하고, 교육이랍시고 이젠 때와 장소를 가려서 하라는 자포자기식 하소연이 전부다. 서슬 퍼런 학생부장의 생활지도는 물론, 생활교육위원회의 징계조차 종이호랑이로 전락한 지 이미 오래다. 그의 말에 따르면, 일부 사이버 도박 사이트에선 수시로 '사은품'까지 내걸고 아이들의 베팅을 유도한다고 한다. 개중에는 '집중력 향상에 도움을 주는 영양제'나 '불안을 해소하는 신경안정제'도 있다고 하는데, 그것들이 절대 복용해서는 안 될 마약이라는 건 아이들도 잘 알고 있다. 어른들의 불법적 돈벌이에 아이들의 건강마저 수단으로 삼는 셈이다.
오늘도 학교에선 '도박은 범죄'라는 훈화 교육을 반복하고 있다. 정기적으로 교육 영상을 틀어주고 각자 소감을 남기도록 하지만, 아이들은 심드렁하다 못해 짜증 섞인 반응을 보인다. 대부분 쓸데없는 숙제처럼 여기고, 교사들도 그러려니 한다. 오로지 상급 기관에 보고하기 위한 목적의 요식 행위 정도로 이해한다. 학급 내의 친소 관계도 아이폰의 연식과 운동화의 브랜드와 디자인이 기준이 되는 시대다. 과거엔 사는 아파트의 평수와 자동차의 배기량 등으로 갈렸는데, 이젠 조금 더 일상화하고 세분화한 모양새다. 가성비와 상관없이 아이폰과 에어팟, 아이패드와 애플워치가 한 묶음이 되어 아이들 사이에서 대세로 자리 잡은 건, 그것들이 '신분증' 기능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상위권 아이들이 의대 진학에 목매단 이유는 오직 하나 돈을 오랫동안 많이 벌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선선히 말한다. 과거에는 '돈을 밝힌다'는 말은 웬만한 욕설보다 심한 험담이었는데, 아이들은 내숭 떨지 않고 인간의 본성을 진솔하게 표현한 것으로 여긴다. 되레 요즘 같은 세상에 '슈바이처 같은 의사'를 기대하는 건 연목구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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