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는 5.18 민주화운동과 역사적 의미 깊은 지역으로, 교사들이 윤석열 대통령의 퇴진 등 정치적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표현하는 '무탈한' 공간으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지역의 역사적 특징과 시교육감의 태도가 이러한 문화를 가능하게 한다는 것입니다.
이 와중에 뜬금없지만, 광주 자랑 좀 해야겠다. 나는 광주시민인 게 자랑스럽다. 전제해 둘 게 있다. 광주가 고향도 아닐 뿐더러 이곳에서 학교도 다니지 않았다. 대학 졸업 후 교사로 발령받기 전까지 광주는 대한민국 근현대사 역사책에서나 만나는 도시였을 뿐 나와 특별한 인연은 없었다. 지금은 어딜 가든 광주 사람이라고 소개하고, 외국에서도 대한민국이라는 국적보다 광주라는 지역 이름을 먼저 댄다. 부러 항일 독립운동과 민주주의 의 성지라는 수식어를 붙일 때도 있다. 광주는 명실공히 일제강점기 학생독립운동의 탯자리이자, 4.19 혁명과 5.18민주화운동 당시 피로써 불의한 권력에 맞선 저항의 땅이다. '현직 교사의 신분으로 윤석열 대통령 의 퇴진을 요구하는 건 무척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어요.' 타지에서 근무하는 동료 교사가 부러운 듯 이렇게 말했다. 자칫 학부모들로부터 교사의 정치적 중립 의무를 위반했다며 신고당할 우려가 있다고 지레 겁을 냈다.
민원이라도 제기되면 교육청과 학교법인도 난처한 처지가 되고, 해당 교사도 소명하느라 애를 먹게 된다. '12.3 내란 사태' 전부터 이미 광주에선 전국교직원노동조합과 광주 교사노동조합 등이 여러 시민단체와 손잡고 윤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어왔다. '채상병 특검' 거부와 국정농단 등 사유가 차고도 넘쳤다. 최근에는 실명을 내건 교사들의 시국선언까지 잇따르고 있다. 주말마다 옛 전남도청 앞 5.18 민주 광장에서 열린 촛불집회에 '출근 도장을 찍는' 교사들도 적지 않다. 엄동설한에 온 가족이 함께 나와 구호를 외치는 이들도 있고, 집회 장면을 SNS에 올려 아이들과 실시간으로 공유하기도 한다. 그렇다고 그들 중에 정치적 중립 의무 위반을 걱정하는 경우는 없다. 그는 내가 에 연재 중인 칼럼의 열혈 독자이기도 하다. 이따금 잘 읽었다는 문자와 함께 연신 부럽다고 말한다. 어쭙잖은 글솜씨를 칭찬하는 게 아니라 '민감한' 내용의 글을 쓰고도 별 탈 없이 지내는 게 놀랍다는 거다. 물론, 난 그렇게 여겨본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얼마 전엔 윤 대통령의 무지와 무능을 한껏 조롱하는 아이들의 반응을 소재 삼기도 했고, 20대 청년 세대의 정치적 효능감을 되찾아주어야 한다며 윤 대통령을 '돌려 깐' 적도 있다. 뉴라이트 역사 교과서를 검정 취소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디지털 교과서의 도입을 반대하며 이주호 교육부 장관의 반교육적 행태를 지적하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낯 뜨거운 홍보 영상에 시교육감이 직원들의 '아부'와 '책무'를 혼동하고 있다며 직격하기도 했다. 더욱이 5.18 추모 주간에 교육청 단합대회를 한 건 신중하지 못한 처사라고 꼬집었다. 역사 교사로서, 느닷없는 '이승만 띄우기'에 나선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에게 퇴행적 역사 인식이라며 공개편지를 띄운 적도 있다. '광주라서 괜찮은 거예요.' 그는 이 한마디로 대화를 매조지었다. 타지였다면, 무사하지 못했을 거라고 잘라 말했다. 기사 내용의 사실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고 했다. 직속 기관장이 불편해하거나 외부로부터 민원이 제기되면, 어떻게든 꼬투리를 잡아 문제 삼는 경우가 다반사라는 거다. 설령 징계까진 아니더라도 '물의를 일으키지 말라'는 경고는 피할 수 없다고 했다. 그는 내 기사가 포털에 올라갈 때마다 조심하라는 취지의 문자를 보내왔다. 현직 장관과 시교육감을 대놓고 비난하다간 나중 한 번에 훅 갈 수 있다는 '조언 아닌 조언'도 들었다. 그도 그럴 것이, 시교육감은 임면권을 손에 쥐고 있어 일선 학교의 일개 교사에겐 주상 같은 존재다. 장관에게 보낸 공개편지에 대한 답장은 받지 못했지만, 시교육감은 당신의 SNS에 해명하는 글을 실었다. 지역 교육을 책임지는 수장으로서 교사들의 문제 제기에 대한 당연한 대응이지만, 타지의 교사들은 이마저 신선하게 느껴진 듯하다. 광주는 뭐가 달라도 다르다며 부러워하는 눈치였다. 요즘 들어 부쩍 드는 생각이지만, 정말로 근무지가 광주여서 무탈한 것일 수 있겠다 싶기도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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