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불공정해요. 우리끼리 알아서 모둠을 짤 수 있도록 해주세요.' 수업 시간 모둠장은 성적순으로 정하고, 나머지 모둠원은 스마트폰의 무작위 번호 추출 앱을 써서 정했더니 볼멘소리가 터져 나왔다. 공부 못하는 친구 때문에 벌칙을 받게 됐다며 모둠 구성을 핑계 삼아 불만을 토로했다. 심지어 모둠장들끼리 한 모둠...
수업 시간 모둠장은 성적순으로 정하고, 나머지 모둠원은 스마트폰의 무작위 번호 추출 앱을 써서 정했더니 볼멘소리가 터져 나왔다. 공부 못하는 친구 때문에 벌칙을 받게 됐다며 모둠 구성을 핑계 삼아 불만을 토로했다. 심지어 모둠장들끼리 한 모둠을 만들겠다고 아우성쳤다.
그들은 비아냥거리지 말라는 말조차 꺼내지 못한다. 또래들로부터 공부 못한다고 무시당하고 조롱받은 경험이 오랫동안 반복되다 보니 일상이 무기력해진 셈이다. 하물며 자존감이 바닥에 내동댕이쳐진 그들에게 학습 동기를 북돋우는 건 교사에게도 하늘의 별 따기 같은 일이다. 잠든 아이들을 깨우는 것도 한두 번이지, 무기력한 아이들의 모습에 익숙해지노라면 그러려니 하고 진도를 마친 것에 만족하며 교실을 나온다. 과목에 따라서는 불과 몇 명만 눈을 뜨고 있는 수업도 있다. 이쯤 되면 학교 교사인지, 가정집 과외 교사인지 헷갈릴 지경이다. 모둠별 퀴즈 대항전 형태로 진행한 모둠활동으로 목표 달성에는 성공했다. 부끄러운 고백이지만, 단순히 교과서의 서술 내용을 알고 있는지 묻는 식이어서 역사교육의 본령에 부합한다고 할 순 없다. 이를 통해 현실을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미래를 예측하기 위한 역사적 사고력을 키울 수 있다고 한다면 거짓말일 테다.
퀴즈를 풀기 위해 서로 머리를 맞대고 정답을 찾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협동학습이 이루어지고, 더불어 우애도 돈독해질 것이라 기대했다. 교과서의 쪽수를 나눠 예상 문제를 발췌하고 역할을 분담하는 등 대응 전략을 짜는 모습이 대견해 보이기까지 했다. 모둠활동만이 줄 수 있는 묘미다.그렇듯 이구동성 가장 재미있는 수업이라며 한국사 시간이 기다려진다고까지 말하던 모둠별 퀴즈가 된서리를 맞은 건, 순전히 깜지라는 벌칙 때문이었다. 일곱 모둠 중에 당일 수업의 합산 점수가 가장 낮은 두 모둠이 깜지를 쓰도록 했다. 대략 40분 정도가 소요되는 분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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