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회 골령골평화예술제 개최
대전산내골령골학살사건 제74주기 제25차 피학살자 합동위령제를 하루 앞둔 6월 26일 저녁, 골령골에서는 평화예술제가 개최됐다. 골령골평화예술제를 주관한 대전민예총 이찬현 이사장은"70여 년 전 한국전쟁 직후 산내 골령골에서는 최대 7천에 이르는 무고한 민간인들이 군인과 경찰에 의해 무차별적으로 학살됐다"며"다양한 예술가들이 그날의 슬픔을 기억하고 공감하면서 다시는 이 같은 비극이 일어나지 않기를 간절히 기원하고자 평화예술제를 개최하게 됐다"고 밝혔다.송인도, 김성장, 김진문, 김미화, 김정혜, 이미지, 조원명 서예가들은 '이제는 국가차례다', '말하고 싶다', '식구들 사랑한다', '부모님께 죄송하다', '미안하다', '나도 울고 있다', '새끼들이 운다' 등을 글씨를 쓰는 만장 퍼포먼스를 통해 무대 배경을 만들어 냈다.
이렇게 만들어진 무대를 배경으로 남명옥 배우와 박서로 어린이가 내레이션을 하며 평화예술제는 본격 시작됐다. 엄마 역할의 남명옥 배우는 딸 역할을 맡은 박서로 어린이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며 유하정 작가의 그림 동화책 을 읽어주기 시작한다. 그림책 이야기를 듣던 박서로 어린이는 갑자기 일어나 무대를 뛰어다니며"할머니, 할머니"를 외치며 그림책 이야기의 한 장면을 연극으로 담아낸다. 김영태 배우도 박서로 어린이와 함께 그림책에 등장하는 오빠가 되어 무대에 등장한다. 이렇게 연극팀이 그림 동화책을 읽고, 연극으로 표현하는 사이사이에 노래공연, 연주, 시낭송, 그리고 춤 공연이 이어진다. 가수 최종호씨는 김광석의 노래 를 기타를 치며 불렀다. 또 다시 이어진 연극팀의 내레이션과 연극 사이에 갑자기 총소리가 들리더니 민윤경, 김윤아 배우의 춤 공연이 이어진다. 긴장된 음악 속에 이어지는 이들의 춤사위의 마지막은 피를 흘리며 쓰러진다.
이들이 쓰러져 있는 동안 김희정 시인은 자신의 시집 에서 '골령골·두 번째' 시를 골라 낭송을 했다. 시낭송이 끝나자 아쟁 소리가 골령골에 울려 퍼졌다. 유민혁씨의 아쟁연주에 골령골에서 희생된 넋들이 위로를 받듯, 쓰러져 있던 두 명의 배우가 일어나 무대 밖으로 걸어 나간다. 학살당한 이들의 억울한 넋들이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받고 영면에 이르는 것으로 생각되는 장면이다. 마지막 구절을 남명옥 배우가 내레이션을 마치자 박서로 어린이는 자리에서 일어나 무대 가운데로 걸어 나간다. 이미 무대는 이름도 적지 못한 위패를 들고 있는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다. 그러면서 음악에 맞춰 박서로 어린이가 노래를 시작했고, 곧이어 다른 사람들도 따라 부르며 골령골평화예술제는 막을 내렸다. 그림책 연극에 앞서 대전평화합창단은 를 합창했고, 이보름씨 등은 북공연을 펼치기도 했다.
한편 유하정 작가의 은 산내 골령골 민간인 학살 사건을 다룬 인권 그림책이다. 그림은 역사와 전통문화에 관심을 가지고 작업해 온 국은오 작가가 그렸다. 한국전쟁 직후 벌어진 골령골 학살 사건으로 오빠를 잃은 유순이를 주인공으로 등장시켜 당시의 비극적 삶을 생생하게 들려준다. 이날 골령골평화예술제는 예술제 참석자들이 그림 동화책 '꽃비 내리는 날' 한 권을 골령골 현장에서 통째로 읽는 것처럼 느끼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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