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 인류학자 데니스 뇌르마르크는 '가짜노동'과 '진짜노동'을 다룬 저자로, 특히 고정된 업무시간을 극렬하게 비판하며 '시간이라는 틀에 일을 맞추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가짜노동 ’ ‘ 진짜노동 ’ 저자 데니스 뇌르마르크 가 매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고정된 업무시간 은 산업화 시대의 유물”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시간이라는 틀에 일을 맞추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시간당 노동생산성 이 33위에 그친 한국에 뼈아픈 지적이다. 지금도 국회에서는 주 52시간 근무제를 두고 여야가 ‘정치적 쇼’를 이어가며 가짜노동 에 몰두하고 있다. 뇌르마르크가 말하는 가짜노동 은 ‘월급 루팡’을 넘어 노동과 유사하지만 생산성 없는 업무까지 포괄한다. 그는 “많은 사람이 코로나19 기간 업무를 서둘러 처리해야 했던 상황에서 회의나 보고서 작성과 같은 형식적 절차가 없어도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며 “조직 내에서 얼마나 많은 비생산적인 작업이 우리의 시간을 빼앗고 있었는지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정 기업이 배달 업체를 변경하는 데 이틀이 걸렸는데, 코로나19 이전에는 18개월이 걸렸을 것이라는 맥킨지 보고서를 근거로 들었다. 노동 관련 강사, 컨설턴트, 비평가 등으로 일했던 뇌르마르크조차 과거에는 가짜노동을 피하지 못했다. 그는 “컨설턴트로 일할 때 사무실에 얼마나 늦게까지 남아 있느냐를 가지고 중요성을 과시했다”며 “때로는 단순히 파워포인트 프레젠테이션을 꾸미거나 불필요한 이메일로 다른 사람들을 귀찮게 하는 일에 시간을 보냈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빨리빨리’ 문화가 만연한 한국에서 정작 노동생산성은 낮다는 모순적인 상황에 대해 뇌르마르크는 가짜노동을 원인으로 꼽았다. 그는 “한국에서는 긴 노동시간과 매우 열심히 일하는 것으로만 성공할 수 있다는 신화가 있는데, 과거 산업화 시대와 오늘날 4차 산업혁명 시대는 매우 다르다”면서 “중요한 것은 얼마나 많은 시간을 들이는가가 아니라 그 시간 동안 무엇을 하느냐”라고 강조했다. 이어 “한국은 성과가 거의 없는 일을 많이 하고 있다”며 “여전히 속도와 긴 노동시간을 강조하는 과거 산업적 사고방식에 갇혀 있다”고 강조했다. 뇌르마르크는 경직적으로 정해진 업무시간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는 “모든 일이 하루 8시간 정도 걸린다고 가정하는 것은 이상한 생각”이라며 “모두가 그것이 비현실적이라는 것을 알지만 우리는 이 관례를 고수하면서 단지 일을 시간의 틀에 맞추려고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사람들이 스스로 시간을 관리할 수 있다고 신뢰한다면 이런 환상에 맞추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사실 한국에도 유연근무제가 있지만 현실과 동떨어져 활용도가 매우 낮다. 한국과 유럽은 저성장 늪에 빠져 있다. 뇌르마르크는 진짜노동을 통해 저성장을 극복할 수 있다고 판단한다. 그는 “가짜노동은 실제로 필요한 일에 투입될 수 있는 시간을 낭비할 뿐만 아니라 사람들을 비생산적이고 의욕이 없게 만든다”며 “조직 내에서 우리가 발명해낸 수많은 불필요한 작업과 관료적 절차가 바위처럼 우리를 끌어내리고 있다”고 했다. 불필요한 정쟁이 가짜노동을 양산하는 것도 한국과 유럽의 공통점이다. 최근 ‘나라를 위해서 일한다는 거짓말’을 출간한 노한동 작가는 행정고시에 합격해 5급 사무관으로 일한 지 10년 만에 퇴직했다. 뇌르마르크는 “새 대통령이나 장관의 성향에 따라 조직 문화가 급변하며 가짜노동이 발생한다”는 노 작가 주장에 공감했다. 그는 “정치인들은 그들이 얼마나 강력한지를 보여주기 위해 이미 잘 작동하고 있는 것들도 바꾸려고 한다”며 “이는 사람들이 비효율적이거나 때로는 해로운 것을 실행하도록 만든다”고 경고했다.
가짜노동 진짜노동 데니스 뇌르마르크 업무시간 노동생산성 4차 산업혁명
대한민국 최근 뉴스, 대한민국 헤드 라인
Similar News:다른 뉴스 소스에서 수집한 이와 유사한 뉴스 기사를 읽을 수도 있습니다.
이재명 재판 속도, 국민의힘 '지연된 정의' 비판국민의힘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재판 속도가 느리다며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고 비판, 헌법재판소에 대한 비판 또한 제기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누가 날 고용한 거지? '보이지 않는 노동'의 섬뜩한 실체[2025 신년기획 : 시대정신과 공론장의 역할] ④ 액화노동의 시대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이 새겨야 할, YS의 뼈때리는 한마디[커피로 맛보는 역사, 역사로 배우는 커피] 돌아온 분노와 저항의 시대, 아메리카노와 '썩은 오렌지족'의 추억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친미=반중+반북'...극우들의 공식이 무너진다[강명구의 뉴욕 직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재편하는 '실용외교의 시대'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김흥규의 외교만사 外交萬思]망국에 이르는 길윤석열 대통령의 계엄 시도는 실패했지만 친위 쿠데타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한국은 건국 이래 성공적인 산업화, 민주화, 정보화 과정을 밟으...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12.7 탄핵박제 김미애] '바보죠, 윤석열은 바보입니다'105인 보이콧(17) - '모든 비판 겸허히 받겠다'와 '내란 체포쇼' 사이의 간극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