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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베 여행의 감동과 아들의 따뜻한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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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베 여행의 감동과 아들의 따뜻한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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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고베에 도착한 첫 일정은 관광이 아니라 화장실 찾기였다. 예상치 못한 컨디션 난조로 힘이 빠졌지만, 아들은 약과 이온 음료를 챙겨주고 근처 화장실까지 미리 알아두었다. 여행 내내 든든한 가이드였던 아들의 배려 덕분에 이내 안정을 찾고 여행을 이어갈 수 있었다.

일본 고베에 도착한 첫 일정은 관광이 아니라 화장실 찾기였다. 예상치 못한 컨디션 난조로 힘이 빠졌지만, 아들은 약과 이온 음료를 챙겨주고 근처 화장실 까지 미리 알아두었다.

여행 내내 든든한 가이드였던 아들의 배려 덕분에 이내 안정을 찾고 여행을 이어갈 수 있었다. 이쿠타 신사 연못가에서는 젊은 커플들이 물에 적셔 읽는 점괘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젊은 날엔 마음 가는 대로 살면 될 것 같지만, 미래가 궁금한 마음은 나이와 상관없는 모양이다. AD 기운을 차린 뒤 아들이 점찍어 둔 빵집에 들렀다.

빵으로 유명한 도시 답게 거리마다 고소한 향이 가득했다. 모토 마치 상점가와 난킨 마치를 걷다 보니 뽑기 가게와 게임 센터가 유난히 많았다. 아이들 뿐 아니라 젊은이들까지 작은 설렘과 짜릿함을 찾아 도전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점심은 고베 명물 히레 비프 카츠.

부드러운 소고기 안심을 바삭하게 튀겨낸 별미다. 나는 오므라이스를, 남편은 나폴리탄 스파게티를 주문해 나눠 먹었다. 함박 스테이크와 비프 카츠가 최고의 외식이던 시절, 아르바이트비를 털어 경양식을 사주던 대학 시절 남편의 모습도 문득 떠올랐다. 나는 원래 예습 없는 여행을 좋아한다.

미리 알고 가기보다 처음 마주하는 감동을 즐기는 편이다. 이번 여행은 특히 아들이 총괄 기획자라 더욱 그랬다. 고베 하면 대지진만 떠올렸던 내게 아들이 보여준 곳은 이진칸 거리였다. 개항 이후 고베에 정착한 서양인들의 저택이 남아 있는 언덕 마을.

'비늘의 집'에서는 고풍스러운 가구와 도자기를 구경했고, 전망대에서는 고베항이 한눈에 내려다보였다. '풍향계의 집'과 연둣빛 외벽의 서양식 저택들도 저마다 아름다운 풍경을 품고 있었다. 마치 작은 유럽 마을을 걷는 듯한 기분이었다. 언덕길을 내려와 들른 니시무라 커피점은 또 하나의 하이라이트였다.

묵직한 향의 커피와 클래식한 실내 분위기, 1948년부터 이어져 온 시간의 깊이가 공간 곳곳에 배어 있었다. 일본 여행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카페를 꼽으라면 주저 없이 이곳을 말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찾은 메리켄 파크에서는 바닷바람이 시원하게 불어왔다.

'BE KOBE' 조형물 앞에서 사진을 찍고, 배낭 속 빵을 꺼내 아들과 나눠 먹으며 한참을 바다를 바라보았다. 붉은 포트타워가 노을빛을 받아 더욱 선명하게 빛나고, 항구에는 하나둘 불이 켜지기 시작했다. 고베의 저녁이 천천히 완성되고 있었다. 오사카로 돌아온 뒤에는 일본식 선술집인 이자카야에 들렀다.

퇴근한 직장인들의 웃음소리가 가득한 공간에서 야키토리와 어묵탕, 따뜻한 우롱차를 곁들여 하루를 마무리했다. 아침엔 화장실 걱정으로 시작한 하루였지만, 여행은 늘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기에 더 기억에 남는지도 모른다. 그날 나는 아들의 따뜻한 마음과 고베항의 붉은 노을, 그리고 이국적인 도시의 품격을 함께 만났다. 덧붙이는 글 | 5월 18일 고베 여행 취재기입니다. 이 기사는 채택되고 난 후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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